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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방화복줄께 새방화복다오

텃세와 차별 사이 그 어딘가

헌방화복줄께 새방화복 다오!

얼마전 기름때 묻은 방화복을 세탁해도 지워지지않길래 새방화복으로 바꾸었다. 나는 육아휴직후 인사철이 아닌 중간에 센터 발령을 받는 바람에 70~80kg 장정들이 입는 6호 방화복사이즈를 받았는데 방화복바지가 발밑에 끌리기에 3번이상 밑단을 접어야만했다. (참고로 나는 160cm에 약 50kg이다.)

(밑단접은 내방화복 바지)

바지야 접으면 된다만 방화복 윗옷은 정말인지 아이가 아빠옷을 입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사이즈맞는 4호짜리 새 방화복을 받으니 이제야 내옷을 입은 기분이다.


지난 6~7년을 내근행정 업무를 하다 외곽 센터로 오니 센터환경도 장비도 분위기도 정말 말도 안되게 획기적으로 바뀐게 많았다.

특히 공기호흡기를 등지게 결착할때 돌리는 밸브만 쓰다가 딸깍하고 똑딱단추처럼 한번에 버튼으로 눌러 결착되는게 놀라웠다.

사실 그 돌리는 밸브가 겨울철 엄동설한에 한손으로 용기를 고정하고 한손으로 밸브를 돌리는 작업이 얼마나 불편했던가? 그 사이 성에가 끼어 돌리는 손이 꽤나 얼얼했었다.


장비도 다양하게 변했다. 예전 무식한?시절에는 연기난 지붕을 뜯을때 빠루와 도끼로 개방을 했었지만 지금은 쏘컷,동력절단기,전기톱, 플라즈마절단기(물론 무거워서 잘안쓰고 가벼운 절단기를 선호하지만) 등등 장비도 다양하고 많아졌다.


센터 분위기도 정말 많이 바꼈다. 내가 입사할 적만해도 별것도 아닌것으로 정강이 걷어차는 양아치?같은 고참도 참 많았다.

예로들면 내가 받은 방화장갑 사이즈가 S(보통은 여성은 S사이즈)였는데 한 선임이 내 장갑은 가져가고 (본인 장갑이 크다며) 나에게 L자 장갑을 툭던지면서 "니가 사이즈 S로 바뀌서 써" 라고 했다.

그 밖에 자기집에가서 개인물품을 소방서로 갖다달라. 비번날인데 소방서 들러서 새해받은 떡을 가져와라. 내 개인차를 근무 중 마구 쓰는 선임도 있었다. (물론 좋은 선임이 훨씬 많고 일부 겪은 부당한일의 예입니다.)


지금은 정말 갑질이 난무하다 못해 당연한 그때보다 시절이 좋아졌다. 적어도 그런 선임들이 퇴직하거나 중간 간부급들이 MZ세대교체로 그런 풍토가 많이 완화가 되었다. 특히 익명게시판이나 갑질 사례가 언론이나 노조 쪽을 통해서 바이럴이 되고 징계로 이어지니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다.


직장생활은 사람간의 관계속에서 사회성 스킬이 늘어나려면 기본적으로 자존감이 강해야하는데 여성으로서 신체적으로도 약한데다가 20대 시절 사회경험 전무로 들어와 반 군대같은 조직분위기가 너무 힘들고 안맞았었다. 스스로 약하다는 열등감으로 참으로 눈치를 많이 보던 시절이 있었다.

직장생활에 금녀와 같은 소방조직에서 화재경방으로서 일한다는것은 일반 평범한 남성 직원들보다 직장난이도가 한단계 더 어렵게 느꼈었다. 마치 무시무시한 수풀 정글에 작은 토끼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차근차근 알려주고 좋으신 선임분들 덕분에 어느덧 나도 중간급 선임이 되었다. (아직은 좋은 사람, 고참, 선임, 후임들이 나쁜사람보다는 많다는게 내 인생 지론이다.)

더불어 텃세와 차별 그 어딘가 사이에서도 눈치껏 나답게 일하고 때로는 특정 고유영역을 찾아(사실 이 영역을 찾아서 현재 노력 중임) 나만의 존재감을 당당하게 꽃피울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


텃세와 차별 사이 그 어딘가 오늘 하루도 이렇게 해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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