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초에서 여성생존기 vs 남초에서 여성 생존기

사실 나는 화재진압보다 같은 여성선임이 더 어렵다.

각자 남초집단이든 여초집단이든 같은 성별이 많은 집단에서 살아남기가 여간 쉽지않다.

개인적으로는 남초집단에서 여성으로 살아남기 < 여초집단에서 남성으로 살아남기 <<< 여초에서 여성이 살아가기순으로 적응의 난이도 어려워진다고 생각한다.


근데 나는 가장 난이도 쉬운 남초 집단에서의 여성인데 왜 적응하기가 어려울까?

나는 여성선임이 가장 어렵고 무섭다. 무언가의 압박이 느껴지고 고도의 심리적인 기싸움이 느껴지면 벌써부터 피곤하고 어쩐지 출근하기가 점점 싫어진다. (물론 좋은 여성간부들도 많지만..)

10여년 전, 상황실에서 여직원들하고만 같이 3인 1조로 근무한적이 있었는데 그 특유의 여자선임의 군기에 차라리 현장부서에서 남직원들과 큰 불을 끄는게 낫겠다고 생각한적 있을 정도였다.

소방처럼 강한 남초·위계 중심 조직에서는 여성으로서 생존하고 리더십을 인정받기까지 구조적인 장벽이 많다. 이 많은 장벽을 넘어 여성으로서 간부가 되었는데 이 어려운것을 한번에 넘어 치고 올라오는 젊은 여직원을 그들은 대놓고 불쾌해 하고 서열로 누를려고 한다. 헛된 기싸움에 감정노동을 하려니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할 뿐아니라 그 분위기에 적응못하면 그 직원은 아예 조직에서 열외될때까지 갈군다.

간호사 세계의 태움문화와 같은 패턴이라고나 할까?!

그 중에서 “현장 경험 없이(본인들은 꽤나 현장경험이 있다고 하겠지만) 내근만 한 여성 간부”가 오히려 같은 여성 후배가 같은부서에서 근무하는것을 경계하거나 견제하는 건 꽤 자주 있는 현실적 패턴이다.

(비판일수도 있겠지만 여성최초 높은 고위공무원으로 오른분도 같은 여성후배에게는 엄격히 승진심사에서 제외해놓고서는 인터뷰에서는 ‘내가 버티지 못하면 후배들에겐 기회조차 없을 수 있다’고 한게 꽤나 인상깊었다.)


이건 단순한 개인 성격 문제가 아니라, ‘남성 중심 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든 자기방어적 위계질서’ 때문인것 같다. 뭔가 문제가 나오면 약한 여성후임을 감싸기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조직의 불의에 순응하듯 말이다.

1. 구조 이해: 왜 그런 여성들이 더 견제할까?

‘희소성의 자리’ 논리로 볼때 남초 조직에 여성 간부가 몇 명 없을 때, 그들은 ‘나 하나’의 상징처럼 존재한다. 이 어려운 조직에서 내가 열심히 해서 얻은 희소성의 자리기 때문에 역량이 비슷하거나 젊은 여직원을 경계하고 심지어 밀어내려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성은 “나 이후의 여성은 경쟁자”로 인식하게 되는 경향이 생기게 된것같다.

‘남성권력에 대한 적응형 생존전략’도 존재한다. 일부는 남성 중심 문화에 맞춰 자신을 남성화하거나, 후배 여성을 차별함으로써 남성 간부들에게 인정받는 길을 택한다. 그래서 남초집단이니 여성후배가 조직신념자체가 옳지않아도 무조건 따라야한다는 의식이 강하고 특히 따르지않고 침묵하지않으면 감싸주기보다는 더 강하게 밀어내고 예민한 사람으로 취급해버리기 일쑤다.

세번째는 약간의 열등의식이다. 자격 콤플렉스로 현장 경험이 부족한 간부일수록, 들어온 입직경로가 불분명하고 관계지향형 인간일수록 업무 경력자 또는 000자격소지자 여성”을 내심 두려워한다. 본인들은 절대 질투나 열등감이 아니라고 하겠지만 툭까놓고 그 이유아니면 젊고 똑똑한 여직원들을 심하게 깔게 없다.

특히 실무형·실력형 여성은 여성간부들에게 엄청난 위협을 주므로 조직내에서 못살아남게 헛소문, 이간질, 까내리기 공격을 시전한다.

(안그러는 여성간부도 많지만 사실 내가 조직내에서 여성 선임들 겪어온 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을 너무나 공감하는 바이다.)


2. 생존전략: 되도록 같은 여성 간부들끼리는 절대 적대하거나 싸우지 않는다. “싸우지 않고 순응하는” 스탠스를 취하는것이 생존법이다.

싸우는 순간, 그야말로 조직의 희생양이 되기쉽다.

너무 부당하게 하더라도 무대응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다.

① 감정 대응 금지, 실력과 정보로 압도하기

그들과 직접 대립하지 않고 묵묵히 그들이 절대 흉내낼 수 없는 ‘실력 기반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좋다.

예: 자격증, 연구, 논문, 강의, 특허, 자격, 해외 협력 등.

조직 내외로 그들이 못가진 ‘지적 영향력’이나 능력을 키우면, 그들은 더 이상 깎아내릴 수 없다.

(너무 폐급인 경우는 헛소문이나 이간질로 깍아내리는 경우를 보긴 봤다.)

② ‘동맹’ 확보하기

남성 중에서도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인물이 있다. 이런 동맹권을 확보하면 심리적 보호막이자, 조직 내 발언권 창구가 되어 주기도한다.

(특히 기술직, 구조직, 연구직 중 실무형 간부들이 극소수긴 하지만 앞으로는 산업구조자체가 ai로 인한 변혁기가 다가오기에 영향력이 꽤 있을것이다.)

③ 공식 문서·성과로 남기기

말이 아니라 결과물로 승부하는것이 제일 깔끔하다.

보고서, 개선안, 논문, 자격증, 기획안 형태로 남기면 ‘누가 했는가’보다 ‘무엇을 남겼는가’가 남는다.

④ 외부 평판 쌓기 (브랜딩 전략)

내부에서 막히면, 외부에서 인정을 받아 내부를 역으로 치고들어갈수 있다.

예: 소방자격증 취득 → 강의·세미나 → 소방 관련 기사·sns활용

이런 흐름은 내부에서도 “저 사람은 외부에서 평가받는 인물”로 인식시킬수 있다.


왜 그렇게 남초집단에서 같은 여성이 힘든지 모르겠다. 고도의 심리전과 기싸움 눈치싸움과 개인 역량과 인성이 받쳐줘야 자리를 보전하는 게임이기에 더욱 어려운것 같다.

오늘은 내가 근무하는 센터로 여성 간부뽕이 느껴지는 여자과장이 찾아왔다. 내가 알기로는 현장경험은 1도 없으시다. 아마 소방호스를 말아본적도 없고 화재진압하러 공장내부진입 경험은 단1도 없을것이다. 찾아온 사유 명분은 직원들 교육 안내 및 점검확인차였지만 퇴직예정자 교육훈련 빠진분들 따로 교육을 안내하기위해서 왔다고 한다.

흘깃보는 그 눈빛을 안본척 상냥함을 무장한채 인사하면서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지금은 현업에서 신체적으로 내가 치여서 그렇지 그런 여성선임과 같은과가 아니라 눈치를 안봐도 되서 진심으로 다행이다.

정말... 정말 다행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