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이 물에 잠겼는데 비상소집이 내려와버렸다.
집중호우란?
호우란 일반적으로 단시간 많은비가 내리것이지만 집중호우는 보통 한시간에 30mm이상,하루 80mm이상 비가 내리거나 연간 강수량의 10%이상의 비가 오는 것을 말한다.
지난 7월 16일 저녁 17시즘, 나는 여느때와 같이 교대근무후 늦은점심을 먹고 아이들 하원하고 씻기고 저녁을 먹이고있었다. 밥먹던 둘째가 베란다 밖에서 천둥번개가 번쩍거리더니 처음 본 번개와 천둥으로 '우르르쾅쾅'소리에 안그래도 큰 두눈이 휘둥그레해졌다.
비가 오는 낌새가 심상치않다 싶어 불안불안해 하고있는데 전화가 왔다.
엄마였다.
"꽤나 높은 나무데크 위에 집을 지었는데도 거실에 물이 들어온다. 어쩌지?"
엄마의 기운빠진 소리가 나를 더욱 심난하게 했다.
작년에 작은 시골에 집을 지은 엄마 집은 꽤나 지반을 다지고 건축했는데도 불구하고 마을 다리옆으로 넘어오는 제천이 집중호우에 집을 덮칠줄 꿈에도 몰랐다.
일단 물이 천장에 새는곳없는지 살펴보고 물이새는곳이 심하지 않으니 물길이 들어오지 않게 수건으로 틀어 막고 수도 가스는 밸브잠그고 전기차단기는 내리라고 말씀드렸다.
'왜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가?'
10여 km 조금 떨어진 엄마의 집에 가볼까 하는데 비상소집이 내려왔다.
핸드폰 문자로 '전직원 비상소집되었으니 각센터 및 소속기관으로 즉시 응소해주시기바랍니다.'
나쁜예감은 항상 틀리는 법이 없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나는 분명 비상소집 응소하러가야했다. 심지어 응소도중 00 터널밑으로 물이 범람하는 길이 있어 작은 시내 옆길로 돌아가야했다.
다행히 비상소집후 1시간이내 센터 사무실에 도착해서 비상소집부에 출석체크를 하고 아무렇지않게 상황판에 현재 출동 시각, 담당차량, 출동인원, 현재 상황을 차례로 썼다. 그리고 이미 먼저 근무중이던 직원들의 출동상황을 대기하던 우리팀 직원들과 전일 근무후 퇴근하지못하는 다른교대팀들과 숨죽이며 무전을 듣고 있었다.
당시 출동중이던 팀원들과 센터장님 지휘팀들은 시내 oo리 다리 밑에 고립됐던 시민2명을 안전하게 구조하셨다.
'살았다 '
다행히 사망자는 관내 없음을 확인하니 안도감이 들었다.
10여년전 자기 집에 가스불에 냄비 올려놓고 급해서 불끄러온 선배님이 생각났다.
정작 자기집불은 못끄고 비상 소집하러 오던 선배님들... 부모님 집 물길에 잠겨도 오늘 가야했던 비상 소집에 지난 위험했던 출동현장 상황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났다.
사실 나도 사람인지라 소방관인데도 현장에서의 불길보다 내 삶이 더 버거운 순간이 있다.
그래도 어쩌랴? 매일 때려치고싶은데도...내삶이 무너져도 남의 삶을 지키러 가야했던 순간들...
올해 여름도 세찬 비와 같이 그렇게 무덥게 영글어간다.
소방관의 벅찬 하루도 같이 영글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