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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재 Sep 05. 2023

6시 08분

앙(仰) 이목구심서Ⅱ-13

멈추었.

눈을 감은 시간은 6시 08.

호흡처럼 규칙적이 초침도 걷기를 그만두었다.

이제야 시시포스의 을 마친 해방이다.

잊힌 약속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하루에 두 번,  달에 육십 번은 정확한 시간을 가리키니 진정 죽었다고 할 수 있는가.

오히려 빠르거나 늦은 시계는 정확한 시간을 말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헛도것은 아닌가.

째깍째깍, 시계는 가래떡을 잘라내듯 시간을 끊임없이 조각내어 삼키고 있다.

영원히 멈추지 않는 식욕으로 부단히  있지만 한 번도 정시를 말하지 못한다.

엉터리 시계.

부정확한 사실자랑스럽게 떠드 양치기 소년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거짓과 오류를 호도고 있.

집안 높은 곳모셔져 있는 시계들 대부분이 부정확 상태.


그러나 죽은 시계는 최소한 하루 두 번은 정확하게 시간을 맞추고 있다.

6시 08분은 아주 적확하다.


나는 어떤 시계인가.

끊임없이 어디론가를 향해 가고 있지만 부정한 시간만을 가리키고 있지 않은가.

가장 최악의 모습은 원칙 없이 빠르거나 늦은 템포로 우왕좌왕하며 내딛는 걸음이리라.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지자로 걷는 모습이리라.

분명 나 자신이 누군가를 답습하며 살아왔듯이

누군가도 내 시계를 바라보며 걸어갈 것이다.


완전한 선도, 완전한 삶도 이 세상에서의 구현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시를 가리키는 일은 역시나 어렵지만 걸음걸이를 다잡아가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6시 08분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서야겠다.


선이 선이 아닐 수 있, 불행은 불행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 불행이지만 기쁨으로 가는 여정일 수도 있다.

지금 앞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라죽은 시계가 큰소리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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