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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재 Jan 07. 2024

어떤 새해

시간(詩間) 있으세요?

# 어떤 새해


'아빠 난 데~'

'폰 떨어뜨려서 고장났어'

'확인하면 여기로 답장 줘'

'010-××××-××××'


시무식을 마치고 일을 하는 데

초면인 전화번호가 노크 없이 문을 연다

'휴우~'

이번 달엔 간신히 막내 학원비 댈 정도여서 추가로

휴대폰 구입은 어렵다

허나, 어느 날 몸에서 솟아난 손가락처럼 폰은 오장칠부(五臟七腑) 되었지 않은가


이리저리 궁리하다 보니 비린내가 난다

혹여, 가슴이 둥둥거린다


불쑥 상한 문자를 보낸 그이도 새해 다짐이겠다

일 열심히 해서 대출이자도 갚고

가족들 삼겹살이라도 한 근 먹여야겠다고

주먹 불끈 쥐었겠다

그이도 아들이고 가장일 테니까


부디 그이의 결심은 작심일일이 되고

나날이 실패를 거듭하여

결국 직장에서 해고되기를 바란다

일찍 귀가하는 아빠 되어

떳떳하게 땀을 훔치고

돌 지난 아이의 웃음을 훔치는

겨울눈 닮은 결심이 되기를 기도한다


생면부지의 소망이 날아든 새해 벽두

그이의 다짐에 소금을 뿌리듯

뿔 달린 검은 염소가 되어

세상의 못된 궁댕이들 들이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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