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시간(詩間) 있으세요?

by 강경재

# 영웅


얼마 전 젊은 낙화를 보았다

한때 꿀벌 붕붕거리던 꽃은

종이처럼 바사삭 거리다

스스로를 꺾어 던져버렸다


아흔다섯 한센 할머니 비뚜름히

휠체어에 앉아 있다

손발가락을 잃고

시력을 잃고

총명하던 지력도 잃어

섬망이 친구 되었다


때때로 기도하고

'도와줘서 감사해요'

흑백사진처럼 시들어가도

여전히 꽃

향기로 단단히 삶을 잡고 있다


깨진 보도블록 사이 제비꽃


한평생

광장 위 거친 발길질아래 살아남아

뿌리 단단히 지켜 온

헤진 꽃잎 같은 이,


여기 참 영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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