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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재 Mar 18. 2023

앙(仰) 이목구심서 7

3월 예찬

얼마 전에 2월을 '만삭의 임산부'라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하는 3월은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3월은 십 대 소녀다.

(비록 내가 여자가 아니고 십 대가 아닌, 소위 꼰대라 불리는 중년이어서 십 대의 감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주관적으로 바라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3월이 되면 본격적인 꽃들의 향연이 시작된다.

꽃은 나무의 웃음이다.

한겨울 내내 꾹꾹 누르며 참아왔다가 한꺼번에 터지는 함박웃음이다.

마을의 골목마다, 들판의 밭가에도,  남해로 이어지는 국도변에도, 지리산의 허리와 계곡에도 하나둘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3월의 꽃은 십 대 소녀를 닮았다.

매화, 살구나무, 진달래, 개복숭아의 연분홍 수줍은 미소와

산수유, 히어리, 생강나무, 개나리의 자신감에 물든 금빛 웃음과

목련이 흘리는 순백의 미소가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고 앞다퉈 여기저기서 발화하고 있다.

3월이 이처럼 연이어 다양한 색깔로 자신을 꾸미는 것은 변덕이 심해서도 산만해서도 아니다.

이는 왕성한 호기심이며 정체보다는 변화를 추구하는 젊음의 DNA 때문이다.

소녀는 뺨을 스치는 한 줌의 바람에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여럿이 모여 수런수런 하는, 그런데도 절대 거슬리지 않고 기분 좋은 화음이 된다.

"까르르, 까르르"

속이 다 들여다 보이는 샘물처럼 맑은,

시간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날아오르는

십 대 소녀의 웃음은 성장하는 젊음이 내뿜는 희열이다.

삶의 무한한 희망에서 나오는 아우라이다.

시작된 생에 대한 찬가이자 천사들마저 부러워할 푸르른 성가다.

바로 3월이 이런 달이다.

이때만큼 세상이 크게 웃는 달이 있던가.

꽃이 만개한 살구나무 아래에 서 보라.

황홀한 벚나무 아래 서 보라.

젊음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희망은 삶을 전율하게 한다.

이제 시작하는 젊은 봄은 감동을 넘어 삶을 긍정하게 한다.

우리의 오늘을 꽃이 축복하고 있다.

산천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으니 우리도 미소 지으며 살아가자.

3월은 생기 발랄한 소녀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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