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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재 Mar 16. 2023

앙(仰) 이목구심서 6

마음은 세상을 그리는 화가**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탱크가 불을 토해내었다. 

인간 문명이 최고조로 발달한 첨단의 21세기에 살육의 전쟁이 발발했다. 

그야말로 야만적인 폭력에 청년들이, 철부지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는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실제로 이 시간 건너편 대륙에선 미사일과 총탄이 오가고 아비규환의 공포가 삶을 갈기갈기 찢고 있다.


  이 비린내 나는 전장은 평범한 저녁 밥상에 실시간으로 중계되었고, 한 아이가 눈콧물 흘리며 소리 없이 우는 모습은 동공을 파고들며 뇌리에 박혀 잊히지 않는다.

누구인가?  

이 아이의 일상을 사납게 빼앗아 넋 놓아 울게 만든 이는? 

아이의 가슴에 슬픔과 공포의 바이러스를 깊숙이 뿌려놓은 이는? 

조금 더, 한 뼘만 더, 이미 배부른 땅덩이를 얼마나 더 채우려 함인가? 

그것이 한 사람의 생명보다 가치 있단 말인가?

한 움큼의 경제적 이익 때문인가? 

그것이 아이들을 공포와 상처, 절망의 나락으로 떠미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이던가?

도대체 무엇을 얻고자 수많은 삶과 일터와 집을 빼앗는 것인가? 

침략자의 마음은 얼마나 차갑고 더러운 악으로 똘똘 뭉쳐 있단 말인가? 

그런 자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연민보다는 썩은 석유와 피 묻은 자본이 더 달콤하단 말인가?

  


   

  생각건대, 모든 전쟁은 마음에서부터 비롯된다. 

이는 우리 마음 상태와 세계의 현실이 다를 바 없다는 말이다.

시시각각으로 내 안의 '나'와 또 '다른 나'는 마음이라는 영토를 두고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각각의 이유와 명분을 내세워 그럴듯하게 합리화한다. 

그리고 이 대지 위에 지지세력(언어)들을 끌어모아 끊임없이 싸움을 선동한다. 

역사 이래 발생한 모든 전쟁은 이미, 이 마음 안에서 시작되어 왔다. 

그러므로 세상은 내 마음 상태의 거울이며 복사판이요 투사인 것이다. 

세상은 마음 안에서 이미 일어났던 사건이 외부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뿐이다. 

내 안의 폭력성과 잔인함이 세상에 적나라하게 표현된 것이 곧 전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각자가 전쟁의 발원지이고 당사자이며 침략자이다. 

언제든 터질 화약고가 우리 안에 있는 것이다.

내 안의 것이 외부에 드러나고 표현되는 것이기에 선함에서 평화가 나오고, 어둠에서 공포가 새어 나오는 것이다. 

내 마음이 곧 세계인 것이다. 

마음의 평화가 곧 세계의 평화인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울음을 멈추고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를,

우리 마음에 새벽 호수와 같은 잔잔한 평화가 임하기를,

나의 손에 들린 붓이 맑고 따뜻한 삶을 채색해 가기를,


나는 나를 그리는 화가,

당신도 나를 그리는 화가,

우리는 서로를 그리는 화가,





**마음은 세상을 그리는 화가ㅡ화엄경의 사구게에 나오는 한 구절인 '心如工畵師(심여공화사)'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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