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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재 Sep 09. 2024

햇님이 굴러

시간(詩間) 있으세요?

# 햇님이 굴러



동녘 산마루 위에서

햇님이 굴러 내려요

능선을 따라 떼굴떼굴

마을로 강으로 미끄러져요


놀란 마을이

서둘러 마당에 나와

경이로운 추락을 바라보네요


구르던 햇님이

잎사귀 위 단단해진 이슬 등껍질에

쿵, 쿵,

산산조각 부수어져요


빛의 사금파리들

강물에 뛰어들고

내 가슴에 산탄처럼 꽂히네요

마을은 금세 따뜻해요


햇님이

거리를 걸어 다녀요

잠자리 등에서 빨갛게 뛰어내려요

경호강의 입술 위에서 찰랑찰랑 미끄럼 타요


그대 가슴의 정원에

오래도록 심어진 햇님이여

오늘은 종일 꽃으로 피어주세요

내 온몸 봄밭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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