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시간(詩間) 있으세요?

by 강경재

2025년,
그녀를 무사히 건너기 위해
크리스마스 전등이 줄줄이 켜지고
찰나의 그물에 붙들린 사진 속 기쁨이
높이 현수막에 걸리고
스피커와 마이크가 그 환한 입을 연다

곱게 꾸며놓은 2025년,
그녀와 무사히 헤어지기 위해
오십여 개의 의자와 휠체어를 앉혀놓고
기타와 첼로와 피아노의 솜사탕 같은 이빨로
허공의 허리를 자분자분 깨물어 간다

2025년,
그녀를 잘 소화하기 위해
사각의 불판에 삼겹살을 올린다 나를 뒤집듯
알맞게 뒤집어야 노릇노릇해지는 송년,
마침내 한 해를 꿀꺽, 삼킨다

송년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간다는 것
그게 강일수도, 바다일 수도, 관계일 수도, 계절일 수도, 각자의 마음일 수도, 삶일 수도,,,
나는 잘 건너왔는지 도무지 모른다

"아들집에서 잘 놀다 갑니다"
인애원 송년회를 마치고
어느 어머니가 내려놓고 간 한 문장에
오래도록 젖는다

2025년, 축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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