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무겁다
제일병원 3층 위내시경센터에 와락 앉아있다
이름 불린 위장들이 가까스로 대답을 하며
더 큰 위장 안으로 미끄러들고
엘리베이터는 가끔씩 찾아와 새 손님을 토해놓는다
한 번은 빈 엘리베이터 올라와 덜컹!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내려놓고 가는 데
어느 환자가 먼저 보낸 한 칸의 두려움이었을까
어느 의사가 주문한 안녕 가득한 마음이었을까
키 큰 손주에게 몸을 기댄 허리굽은 할머니일까
회색 레깅스의 파릇파릇 아가씨였을까
엘리베어터를 타지 못하고 마음만 실어 보낸
텅 빈 몸짓에
떨림과 불안으로 뭉친 마음
들고 있을 수 없어
앉아있는,
병원은 너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