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일기_11
구탱이 3호 작업에 들어가기 전 각자 작업 하던 것을 갖고 만나기로 한날. 나는 나의 일기장을 들고 갔다.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고 보여줄 생각도 없었던 나의 일기장. 나는 체면치례를 좀 하는 사람이라 글을 쓸 때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다. 그런 내 모습을 해소하기 위해 이 일기장을 쓰기 시작했다. 아무렇게나 휘갈기는 글. 내용도 글씨도 엉망 이었지만 나는 이 일기장의 글들을 좋아했다. 혼자만 보는 이 일기장의 언어들이 좋아 보고 또 보고 또 봤다. 그랬던 일기장을 처음 누군가 앞에서 읽었다. 친구들은 내 일기장의 글들이 의지가 가득해 자신들도 의지가 생긴다며 좋아했다.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좋았다. 내가 의지가 가득한 사람이라는 것도, 그 의지가 가득 담긴 글을 조하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내가 가득 품고 있는 의지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2022.10.27)
2022. 1. 6
가라앉고 있다. 그래도 이제는 인생이 원래 (자의든 타의든)오르락 내리락 한 다는 걸 받아들여 불안한 마음이 크진 않다. 그래도 몸과 마음이 가라 앉을 때 일기장을 찾는다.
2022. 2. 25
‘인생’이라는 단어 앞에 ‘행복한’보다 ‘괴로운’이라는 단어가 훨씬 많이 붙는 것이 인간의(어쩔 수 없이 당연한) 삶이라는 것을 깨달아 간다. 그것을 깨달아 갈수록 마음은 편해진다. 그저 받아들이게 되서 그런가. 그래서인지 요즘은 마냥 해복하게 사는 사람들 보다 치열하게 괴로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더 울린다.
2022. 3. 18
항상 노트를 펼치기 전, 책상 앞에 앉기 전에는 여러 생각들과 글감들이 떠오른다. 그 글감들로 문장을 만들기 까지 한다. 그러나 막상 책상 앞에 앉으면 무작정 딴 짓부터 하고 만다.(핸드폰과 인터넷 쇼핑이 제일 문제) 있는 시간 없는 시간 쪼개어 책상 앞에 앉아서는 흐리게 흘려보낸 시간이 아쉬워 마음이 조급해 진다. 조급한 마음으로 어떡하지 뭐 하지 수십 번 반복 하다보면 아이들이 온다. “엄마!”
2022. 4. 7
주어진 일을 대충 해 나가는 것을 넘어 하고자 한 일들을 잘 해내고 싶다. 욕심일까, 나아가기 위한 당연한 과정일까. / 우리가 그려준 자동차 그림. 제법 구체적이어 졌다. / 잘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쌓아가는 과정, 연습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시간은 그저 묵묵히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2022. 4. 20
하루가 좀 버거운 날이다. 오랜만에(?) 잠시라도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으려는 순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순간, 아이들이 싸우는 소리 등이 나를 바짝 날카롭게 만든다. 아이들에게 생채기 내고 싶지 않아 잠시 도망쳐 몰래 과자를 먹었다.
2022. 6. 19
날씨가 축축해서 그런지 생리 증후군인지, 몹시 가라앉는 날 이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 다시 수면위로 오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거나 가만히 가라앉도록 두는 것. 오늘은 가만히 가라앉아 본다.
2022. 8. 22
해야 할 것은 하기 싫고, 하고 싶은 건 뭔지 모르겠다. 방학의 여독이 덜 풀린 것 같기도 하다. 날이 흐리면 몸이 쑤신다. 나이가 들어간다. 얼굴엔 주름도 생겼고.
2022. 9. 17
삶으로 자극받고 삶으로 자극주기
2022. 10. 8
한 게 없는 것 같았는데 한 게 있었다. 고민이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면, 우리는 이미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2022. 8. 22
머릿속이 복잡해 질 때면 아이들을 본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조금 단순해 진다. 그래, 좋은 건 좋은거고. 싫은건 싫은거지.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는, 되돌아 오지 않는 시간을 보낸다.
2022. 8. 30
비가 오더니 날씨가 완연히 추워졌다. 이제는 밤에 긴팔 옷을 입어야 한다. 오늘은 담요까지 덮었다. 행복과 안정은 멈춰서게 하고, 약간의 불행과 분노는 나아가게 한다. 그러므로 멈춰 있다고 불행한게 아니고 나아가는게 행복하지 만은 않다.
2022. 9.16
꾸준히 해나가는 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나가는 힘. 그 힘들이 쌓여 나를 믿는 힘이 되는 것 같다. 한번에 될 수는 없고.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
2022. 9. 18
김일두의 공연을 보고왔다. '우리'가 옆에서 힘들어 하지 않았다면 나는,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을 것이다.
구탱이 3호 <몸>
사진 글 노해원
사진편집 김세빈, 노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