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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해원 Sep 08. 2023

구체적 사랑

성공하자 책모임 1_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에리히프롬

Erich Pinchas Fromm


2주간 아팠다. 오랜만에 꽤 오래 앓았고 그래서 우울했다. 우울은 단순히 물리적 고통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서 시작 됐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나만 제자리에 있는 것 같은 불안. 사실 아파서 그렇다는 건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아프기 전에도 자주 그랬으니까. 어쨌거나 아프고 몽롱한 정신, 불안과 무력감 사이에서 허우적거리다 문득문득 프롬의 말들이 떠올랐다. 


'고요를 좋아하지 않으면 사랑은 없다. 사랑은 행동, 소유, 사용이 아니라 존재에 만족하는 능력이다.‘


프롬은 분주함이 아닌 활동적인 삶을 살라고 말한다. 내가 아프기 전의 날들은 매일 하루가 꽉 차 있었다. 바쁘고 빠르고 즉각적으로 반응 하는 것들에 마음을 더 쉽게 빼앗겼다. 밭일을 하거나 손으로 만들기를 하는 시간은 점점 지루하게 느껴졌다. 고요하게 하루를 보낸 날 보다 많은 일을 하며 분주하게 하루를 보냈을 때 더 잘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분주한 날들은 자주 공허하고, 불안했다.


프롬에 의하면 분주함은 내면 활동성의 결핍에서 시작 되어 외부 결정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수동적이다. 이에 반해 활동적인 삶은 자신에게 비롯된 행위이자 행동이며 창조적인 힘을 뜻한다. 그러므로 자유와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프롬은 ‘자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자유란 강제가 없이도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간의 가능성이다.'


또한 ‘무력한 사람은 변화를 위해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현대인들이 본인도 모르게 이미 갖고 있거나 수시로 느끼게 되는 이 무력감과 멀어지기 위해서는 ‘스스로 변화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더욱 자유로워져야 한다. 


나는 이 책의 제목만 보고는 그저 가벼운 에세이 책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 해 보니 그동안 내가 '삶'이라는 단어와 '사랑' 단어를 그만큼 추상적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 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삶'과 '사랑'을 대하는 태도였다는 생각이 들어 반성했다. 이 책을 읽고 그 단어들이 얼마나 구체적이며 논리적일 수 있는지, 내 삶의 중심에 얼마나 가까이에 닿아 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기심’, ‘죽음’, ‘창의적인 삶’과 같은 단어들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 해 보게 됐다.


‘이기심이 너무 많은 것 보다 자기애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문제다.’

‘우리는 죽음을 은폐하고 비현실적으로 만든다.’

‘독창성은 새로운 발견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기원을 두는 경험이다.’


우리가 ‘옳다’ 혹은 ‘그르다’라고 재단 해 두었던 생각들이 사실은 여러 사회적 변화와 요인들로 인해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 하게 된다. ‘개인주의는 나쁜 것인가?’ ‘죽음은 무서운 것인가?’ ‘창의적인 것은 새로워야 하는가?’ 책을 읽으며 떠오른 질문의 답을 찾아가며 자주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건강한 삶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한 우리의 마음가짐에 대해 끊임없이 답을 찾아가는 여러 갈래의 길이 흥미로웠다.


'사랑은 사랑하겠다는 꾸준한 마음가짐이다.'


'삶을 사랑할 수 있는 비법은 없지만 많이 배울 수는 있다. 망상을 버리고 타인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사람, 계속 밖으로만 다니지 말고 자신에게 가는 길을 배울 수 있는 사람, 생명과 사물의 차이를, 행복과 흥분의 차이를, 수단과 목적의 차이를,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과 폭력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삶에 대한 사랑을 향해 이미 첫걸음을 뗀 셈이다.'


프롬은 계속해서 강조한다. 새로운 것을 찾으려 하지 말고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더 들여다보라고. 사랑은 이미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애써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더 발현 시키거나 덜 발현 시키는 것뿐이라고. 그러니 나또한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내 존재 대한 인정과 사랑을 주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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