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자 책모임 2_타인의 고통/수전 손택
‘그밖에 어떤 잔악 행위들과 어떤 주검들을 보지 못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p.33
‘<전쟁의 참화>가 보여주는 병적인 잔인함은 보는 사람을 자각시키고 분노하게 만들며, 감정에 상처를 입힌다.’p.71
‘사람들은 저 멀리 떨어진 채 고통을 쳐다본다는 이유로 이미지를 비난해 왔다. 마치 다른 식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있기나 한 듯이 말이다. (...) 뒤로 물러선 채 사색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옛 선인들의 말을 빌려 말해보자면,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그와 동시에 누군가를 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p.171-172
매일 아침 죽어가는 개를 본다.
우리 집에서 마을 밖으로 나가는 길목 어귀에는 주인 없는 집 앞, 작은 철장으로 된 개집이 하나 있다. 몇 해 전부터 그 철장 안에 뜨문뜨문 개가 들어와 산다. 새끼 때부터 크는 개도 있고 이미 어느 정도 커서 오는 개도 있다. 대부분 몇 달 살다가 사라진다. 죽었는지, 다시 어딘가로 데려갔는지, 도망을 갔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이유도 모른 채 있던 개가 사라지면 다시 또 다른 개가 온다. 오늘도 나는 그 철장 안에 살고 있는 개를 보았다. 겨우 몸 누일 자리 될까 말까 한 평 남짓한 공간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개가 한 마리 산다. 그 어떤 보호도 되지 않는 철장 안에서 그 개는 자주 춥고 자주 배가 고프다. 이 개를 위한 배려라고는 철장 안에 배설물이 쌓이지 않도록 땅으로부터 1미터 남짓 띄어 놓은 것이 전부다.
매일 아침 나는 그 개의 불행을 본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의 불행도 함께 본다. 나는 혼자 이런 상상만 한다. ‘몰래 잠긴 문을 따줄까.’ ‘신고를 해볼까.’ 그러나 비겁한 나는 그저 그 개와 함께 불행할 뿐이다. 어쩌다 한번 남은 고기나 간식을 챙겨 그 개 앞에 멈춰 선다. 철장 앞에 차가 멈추면 그 개는 미친 듯이 펄쩍거린다. 배가 고파서인지, 사람이 그리워서 인지, 그 철장 안을 나오고 싶어서인지 이 또한 나는 알지 못한다. 그저 비루하기 짝이 없는 한 인간의 시선에서 그 개의 삶은 슬프기만 하다.
책 <타인의 고통>에 나오는 죽음의 사진 앞에서 나는 멀어지기보다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되었다. 피하지 않고 직면해야만 했다. 그것은 자극이 아닌 사실, 카타르시스가 아닌 실존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그 사진 앞에서 철장 안에 죽어가던 개들을 떠올렸다. 그 개들을 더욱 가까이에서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녹으로 가득한 철장, 바닥에 잔뜩 떨어진 오물, 맨몸으로 맞고 있는 더위와 추위, 알 수 없는 시선과 알 수 없는 생각으로 가득한 눈. 그럼에도 주인이 오면 꼬리를 흔들며 좋아하는 어느 개들의 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