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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부기 아빠 Apr 30. 2023

기록하고 싶은 기억의 단상 A-2

기저귀밖 첫 자발적 볼 일 보기에 대해

(2023.03.20) 아이가 처음으로 변기에 볼 일을 보았다.



생후 21개월 차에 이렇게 스스로 변기에 볼 일을 보았다. 사실 100퍼센트 스스로 한 것은 아니다. 변의가 있었는지, 바지를 내리고 변기에 앉았고, '응가'라고 말하기에 정말 마려운 것인지 재차 물어 확인하였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부터 기저귀에 큰일을 보고 나면 '응가'라고 말하며 '나 응가했어요~'라는 신호를 주었다. 그래서 '응가'라고 아이가 말하였을 때는 보통 볼 일을 다 본 후였는데, 오늘은 여느 때와 달랐다. 볼 일을 보기 전에 자신의? 것이라 여겨지는 변기에 가서 앉았고, '응가'라고 말하며 '나 응가할 거예요~'라고 말하고 있던 것이다.


볼 일을 보기 위한 시늉만 하던 적도 몇 번 있었기 때문에 잠시 기다리며 상황을 분간하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체감상 10-20초쯤이었던 것 같다. 아이의 얼굴이 잠시 새빨개지면서 정말 응가를 하었다. 큰 것, 작은 것 각각 한 덩이씩 예쁘게 변기에 남겨졌다. 이 진보의 순간을 내가 직접 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순간 허둥대었다. 아이를 얼른 씻기러 가야 한다는 것과 이 현장을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는 것, 그리고 미처 씻기기 전에 '응가'를 마친 아이는 일어나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얼른 아이를 안고 화장실로 가서 잘 씻겨주었디. 잘했다는 칭찬과 함께 나도 신이 났다. 아이를 씻기고 변기도 닦기 위해 화장실에 가져왔다. 사실 바로 닦지 않았다. 사진을 찍고 아내와 가족들에게 공유하고, 특히 외출한 아내에게는 실물?을 보여주기 위해 현장?을 화장실로만 옮긴 채 뚜껑을 잘 덮어두었디.


이 모든 과정이 너무 신이 나고 기뻤다. 마치 학창 시절 체육대회에서 달리기 1등 했을 때보다도 더 기뻤던 것 같다. 내가 한 것은 아니지만 어이가 큰 성취를 하였고, 너무도 대견스럽게 여겨졌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배워기며 어른이 되어가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러한 경험이 하나둘씩 쌓여 결국 어느 순간 '독립'을 하게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어느 프로에서 육아전문가 오은영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이 떠올랐다. '육아의 목적은 자립'이라고 말씀해 주셨던 이야기가 머릿속에 맴돌며, 그 수많은 기점들 중 하나의 관문을 지난 이 순간이 너무도 귀하게 여겨졌다. 아이가 한 층 더 성장한 것 같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 동안 경험하게 될 성장의 순간들이 기대가 되었다.


더불어 나의 이 순간을 보았을 젊은 날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잠시 상상해 보았다. 아마도 내 무의식 속 깊은 곳에 옅게 기록되어 있을 그 순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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