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생각들 5 | 검은새와 벚꽃

그리고 봄비 또는 꽃비

by Ggockdo


나는 벚꽃을 보지 못했다. 새만 보았다. 나중에서야 새의 발 아래 벚꽃이 축 쳐진 가지 위, 필사적으로 폈다는 것을 알았다.

올 해, 벚꽃을 보지 못할, 또는 벚꽃을 마음에 들이지 못할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재투성이 산간에, 휘몰아치는 세상 소식에, 개인 사정들에, 몸과 마음이 헐은 사정들에, 모든 사연들은 감히 꽃을 쳐다보지 못하고......


검은 새 앉아 흰 벚꽃을 보지 못하고 처량이 하늘로 목대 올려-


그와 나는 추락하는 해를 보고 있었다. 우리는 희뿌연 하늘이 봉숭아 물들이는 시간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우리의 침묵의 대가는 컴컴한 밤이었으나 우리가 부른 밤이 벚꽃을 더 빛나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깃털색과 내 검은 혈족의 머리빛이 이 밤을 불렀으니 벚꽃은 응당 우리에게 봄을 지불해야 할 텐데,


봄마저 비에 녹아 쌀쌀맞게 흐른다.

그런 것이다. 벚꽃을 보지 못한 자를 위해 새는 목청을 닫고-



12.04.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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