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충분히 미워하는 시간
저녁이 저물도록, 8시가 넘도록 일어나지 않았다. 잠을 잔 것도 아니다. 그냥 공허한 하루를 아침 점심 저녁까지 이불에 비벼대고 있었다. 스스로 한심하게 여기고 혐오하면서, 자기를 충분히 미워하면서, 요란 떠는 거실의 밥냄새와 연속극 소리가 나를 재촉하는 것에 짜증내면서, 무기력의 무게에 짓눌린 시간이 느리게 내 이마를 가로지르는 발자국을 느끼면서, 가끔 졸려 그냥 눈을 감고 십여분 자다 다시 깨어 뒤척이고, 그대로 다시 한참 자기를 낱낱이 증오하고 땀을 흘리고, 말을 하고 싶지 않은 욕구에 충실하면서.
열한시에 집을 나섰다. 제법 선선하고 야간 산책이 텅 비어 한산했다. 아무런 생산을 하지 않은, 오로지 연소한 하루 끝에 고요한 우울이 매달려 있다. 나는 그것이 추락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끝이라고 벼랑이란 건 아니고, 아래에 그물 친 내 지독히 촘촘한 미련에 걸려, 엉겨붙은 많은 말들이 조용히 부패하고 있다.
작은 풀들이 촘촘히 그림자로 낸 숲을 울음이 건너갔다. 발걸음이 무겁다. 이 무게는 몸의 무게도 아니고 울음의 무게도 아니다. 나를 스스로 미워하는 시간의 무게다. 오늘 하루는 그것을 위해 허비되었으므로. 야간에 걷는 길은 적막하게 나서야 하고 오로지 나를 충분히 미워하기 위해 펼쳐졌으므로.
입추가 지난 야간이 온갖 여름에 대한 비난을 이고 힘겹게 걷고 있다. 스스로를 미워하는 것이 나 하나가 아니라 참 다행이다.
09.08.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