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낮, 아지랭이
자살. 어떻게 죽는것이 좋을까. 손목을 그어야 할까. 목을 메야 할까. 수면제가 좋을것 같은데, 그걸 어디서 구할까. 꽤 오랫동안 진지하게 서두르지 않으며 자주 나는 이런 곳민들을 차곡 차곡 해 나갔다.
딱히 죽고 싶은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 삶을 그만하고 싶은 것이다. 삶의 연속성을 여기서 끊고 싶은 것이다. 아마도 중학생 때였던것 같다. 그때 우리는 살던 동네의 아랫동네로 이사온 상태였다.
꿈을 꾼다. 아니다. 현실이다. 나는 방에 누웠고 오른쪽에 엄마가 있고, 왼쪽에 언니가 있다. 무언가가 나를 엄청나게 짓누르고 있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부림을 치며 반항하다가 갑자기 멈췄다. 그래, 이대로 두면 나는 죽는것이다. 이렇게 죽자.
좋았다. 내 의지대로 되고 있다. 뭔지 알수 없는 그것은 내가 반항하는 것을 멈추고 온몸의 힘을 빼자, 이젠 나를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에게 점점 발밑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잠깐만. 저기에 뭐가 있더라. 우리집 장농이 발밑에 있었지. 장농밑에 뭐가 있더라? 그 밑으로 내가 들어갈 수 있었던가? 높이가 낮은데. 그 밑으로 들어가려면 내 발목뼈가 으스러져야 할테고, 내 두개골은 박살이 나겠지. '
죽을힘을 다해 몸부림 쳤다. 그리고 난 깨어났다. 두개골이 박살나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고통스럽게 죽고 싶진 않았다. 다시, 손목의 어느 부분을 잘라야 빨리 죽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지옥같은 삶의 연속이었다. 하교할때마다 우리집에 있을 엄마의 남자가 맘에 걸렸다.
그 남자와 함께 있는 시간은 지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