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낮, 아지랭이
꿈을 꾼다. 콩나물을 먹고 있었는데, 그게 목에 걸려버린 것이다. 아주 길게 걸려버렸다. 불편하다.
그걸 빼기 위해 입을 벌리고 손을 집어넣었다.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뭔가가 쑤욱하고 딸려 나온다. 뭔가 이상하다. 물컹하다. 벌떡 일어나 바닥을 향해 입을 벌렸더니 내 몸속에서 뭔가가 스믈스믈 기어 올라오다, 바닥으로 뚝 떨어진다. 지렁이다. 긴 지렁이. 노란 지렁이. 필구 삼촌이 책받침에 그걸 올려 마당에 던졌고, 우린 다시 잠이 들었다.
철이 들어 노란 지렁이에 대해 알아봤었다. 회충. 몸에 회충이 너무 많으면 그게 성장하여 위로 올라온단다. 보통 머리로 올라가는데 그럼 즉사라고 한다. 운이 좋아 그것이 내 식도를 타고 몸 밖으로 나와 주었다. 그게 두 마리였던 것도 같다. 그 기억 속에도 어른들은 없다. 내 몸에서 나온 회충을 마당에 버려진 필구 삼촌뿐. 그다음날 어른들이 어젯밤 내게 일어난 일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해충 약을 먹여 준 기억도 없다.
지금도 침을 삼키다 보면, 그날의 내 목에 걸린 콩나물 기억이 생생하다. 그것이 어떻게 꿈과 연결이 되었을까. 내가 꿈을 꾸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손을 넣어 콩나물을 빼지 않았더라면......
온갖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기억과 상상. 끄집어내어 다른 그릇에 담아 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