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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리얼리스트 Nov 30. 2019

꿈속에서 할머니를 만나다

콩밥 짓는  할머니

외할머니가 꿈에 나오셨다. 돌아가신 지 2년 되었는데 작년엔가 살짝 나오시고 이번엔 좀 길게 나오셨다.

돌아가실 때에 비하면 많이 젊으신 모습으로, 93세 때 돌아가셨는데 50대 후반~ 60대 초반의 모습으로 말없이 부엌에서 머릿수건을 쓰고 몸빼바지를 입은  모습으로 큰 콩을 넣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짓고 계셨다.


나는 외가에서 첫 손주여서 귀염을 많이 받고 자랐다. 친가보다는 외탁을 했고 외갓집과 가까이 지냈기에 방학 때면 외가에 간 것은 기본이고 명절 때나 휴가 때도 꼭 외가에 가고는 했다.


꿈에서 깨어 '할머니를 보다니, 꿈인가 생시인가?' 하면서  멍하니 있었다. 할아버지는 74세에 돌아가셨으니 10여 년 간 홀로 사시다가 10년 전쯤부터  돌아가시기까지  근처에 사시던 이모 댁에서 함께 사셨다.


혼자 사실 때 할머니 댁에 제일 자주 가던 손주가 나였다. 나야 항상 혼자였고 독신이니 할머니가 노인이 되고 마땅히 돌볼 사람이 없을 때, 골절이거나 편찮으실 때 내가 가서 같이 지내다 오고는 했다. 그리고 백수 시절에 글 쓴답시고 가끔 가서 푹 쉬던 곳 또한 할머니 댁이었다.


가끔 좋은 일감이 들어오면 나는 할머니 덕이 아닌가 싶다. 일에 대한 걱정과 고민도 하고, 사랑타령도 하고.. 할머니는 "좀 모자라는 남자 만나도 돕고 살면 되고, 여자로 태어나 애도 한번 낳아봐야 여자의 일생이지.."하셨는데..


그래도 글 잘 쓰라며 늘 입에 맞는 음식을 챙겨주시고 시장도 같이 가고,  나란히 누워서 잠들 때 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꿈에서 할머니를 만나고 나니 따뜻한 밥을 먹이고 싶다는 할머니의 마음이 전해져 와서 든든해졌다. '그래, 밥심으로 사는 거다, ' "단디 해라." 하시던 할머니의 음성이 들리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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