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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리얼리스트 Jan 16. 2020

마지막 편지

내 영혼 속에 영원히 살아있을 너!!

□ 마지막 편지
(상략)
다음날 새벽 일찍 입관식이 진행됐다.
관속으로 들어갈 그의 모습이 못내 슬퍼 보인다.
내가 죽거든 조문객들과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라고 했던... 너.
슬픔이 몰려왔다.
그의 양쪽 귀를 잡고 작별을 고했다.
"혼자 가기 힘들면 얘기해. 나도 같이 갈 테니까."
들었지?
넌 먼길을 떠났을 뿐 죽진 않았다.
내 영혼 속에 영원히 살아있다.
물론 우린 같이 가도 만날 수는 없을 거야.
방향이 다르니까.
너는 천국으로,
죄 많은 나는 하데스의 강을 건너서 지옥으로 떨어질 테니까.
아브라 삭스의 선과 악이 분명한 종말이 되겠지?
잘 가거라 친구야.
그동안 네가 있어 정말 행복했다.
이게 너에게 보내는 마지막 메일이다.
젊었을 때 자주 불렀던 구르몽의 노래가 생각난다.

시몬 나뭇잎이 져버린 숲 속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은 너무나도 부드러운 빛깔
너무나도 나지막한 목소리.
낙엽은 너무나도 연약한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황혼 무렵 낙엽의 모습은
너무나도 서글프다.

바람이 불면 낙엽은 속삭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
*2016'방송작가 협회보 1월호, [방송작가 반세기] '피노키오 인생 6회' 중에서

◇ 오늘 책 정리하다가 방송작가 협회보 1월호 중
이대유 대선배님의 글을 읽다가 울어버렸다.
이선배님과는 지난해 가을 '광주 팸투어'에서 함께 했고,
그때 양림동 카페 골목 통기타 집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얘기도 나누었기에 훨씬  실감 있게 와 닿았다.
선배님은 내게 부모님 뻘 되시지만,
너무도 재치 있고, 센스 넘치셔서
'역시 작가란 멋져!'라는 인상을 주신다.
  
'마지막 편지'는 이대유 선배님의 절친한 친구셨던
역시 방송작가 故 김종달 선배님에 관한 이야기다.
김종달 선배님은 지난해 7월 14일에 하늘나라로 떠나셨는데,
두 분의 우정에 관한 글.

한 줄 한 줄이 다 뭉클했지만,
김선배님 입관식에 양쪽 귀를 잡고 작별을 고했다는 부분에서
눈물이 왈칵!
그러면서 말미에 선배님께서 젊은 시절 자주 불렀다는
'구르몽'의 '낙엽'을 옮겨 적어놓으셨다.

가끔 '방송작가'라는 직업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니, 항상 자부심은 가지고 있지만,
밥벌이가 잘 안될 때,
사회의 현상을 반영하고, 시대의식을 가지며,
최소한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지켜가고 싶은 직업이지만
내 수고로움이 나의 희망과 이상과 거리도 멀고,
현실에서도 고되다 싶을 때
나의 욕망과 세상의 욕망이 타협하지 못할 때 가끔 우울해진다.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잡지계나,
다른 안정적인 직장, 밥벌이를 구해야 되나 싶다가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평생을 작가로,
'방송작가'로 살아가신 선배님을 볼 때면,
다시 마음을 다 잡는다.
나도 작가로 살면서,
한두 명의 절친한 친구, 진심을 주고받는 선후배와는 평생을 가야지,
하는 결심도 해보며 선배님의 글 일부를 옮겨본다.
선배님은 내가 어렸을 때 주말이면 가족들과 보던 '소망'이라는 드라마와
'갯마을'을 집필하셨다.
그때도 어린 나를 울리시더니 여전히 나를 또 울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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