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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리얼리스트 Nov 09. 2019

나의 4월 이야기

4월은 잔인하기만 한 달일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방이 환하다. 며칠 사이 개나리, 목련, 벚꽃, 매화 할 것 없이 봄꽃이 서로 시샘하듯 앞다투어 피어났다. 4월이구나. 흔히 ‘잔인한 4월’이라고들 해서 그런지, 4월이면 어김없이 뭔가 예기치 않은 일이 터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부터 온다. 괜히 누구한테 상처 받을 거 같고, 그래서 보호벽을 쌓아야 할 것만 같은 이상한 불안감과 피해의식. ‘각박한 세상, 누구한테 의지하고 사나?’ 싶은 나약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세상은   이렇게 환하고, 찬란한데 무미건조한 내 모습은 눈부신 봄날에 가당키나 하나? 싶은 생각도 들면서 내가 더 초라하게 보인다. “꽃이 눈에 들어오면 나이를 먹는다는 것.” 이란 말도 있는데 올해는 왜 이리도 꽃이 예쁘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가만히 돌아보면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자고 했다가도 눈에 거슬리는 게 참으로 많다. 조금만 차분하게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내 할 일과 도리를 다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면 그뿐이다 싶다가도 세상에는 부당한 일도 많고 만약 내가 원치 않은, 예감치 못했던 불행이 닥쳐오기라도 하면 “이 험한 세상!” 하며 한숨부터 나온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첫 번째는 누구나 다 똑같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물론 인간은 평등하다. 이 거대한 우주의 삼라만상이 모두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존재하고 있을진대 누구 하나 의미 없는 생명이 있으랴. 그 다양한 군상 속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다 똑같지 않은, 나만의 독특한 개성과 향기를 지니고 있다. 결국, “내 맘이 네 맘 같지 않고, 네 맘이 내 맘 같지 않다.” 그러기에 너와 내가 다르고, 내 맘과 네 맘이 다르다는 생각으로, 그저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해줘야 한다. 그리고 나 역시 나만의 고유한 개성으로 상대를 대하자. 물론 기본 예의와 상식은 갖추어야 한다.     


두 번째는 살아가는 데 있어서 목표와 방향성을 꼽고 싶다. 한 치 눈앞의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세상, 혹자는 “무계획이 계획”이라고도 한다. 나 역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이 세상사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기 일쑤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어떻게 태어난 인생인데. 수만 년 억겁의 세월과 인연 속에서 세상과 만나고, 부모와 만나고, 형제, 동기간을 만난 게 아니겠는가? 어차피 살아가야 할 인생, 폼 나게 살자. 그러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목표를 정하고, 내가 가는 방향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셋째,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관계와 사람 사이의 상호 간 믿음이다. 아무리, 쉽게 남을 믿을 수 없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가족, 친지, 지인은 물론이거니와 직장동료나 친구, 연인 간에도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라고 믿는다. 무턱대고 믿고, 쉽게 대한다기보다, 천천히 두루 살피되, 기본적으로는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의견이나 마음을 섣불리 속단하지 말자는 거다.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해도 오해를 하고, 서로의 진심을 알지 못한 채 헤어지거나 서로를 헐뜯고, 아예 상대하기 싫어서 멀리하는 경우도 주변에서 종종 봐왔다.     


이 좋은 봄날, 나는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지만. 가끔은 초라하게 느껴지는 나와, 내 인생을 가만히 돌아다본다.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때로는 봄날의 나른함과 권태가 엄습한다. 봄바람이 분다. 4월은 잔인한 달이 아닌, 새로운 희망과 의욕으로 충만한, 반전과 역설의 묘미가 있는 계절이었으면 한다. 이 계절에 우리 모두가 더 많이 웃고, 행복하기를... 어제와 다른 새봄이, 우리 앞에 두 팔 크게 벌리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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