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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리얼리스트 Nov 30. 2019

보양식

추어탕과 추어. 민물새우튀김

원래 먹는 것을 좀 중요시하는 편이지만, 요즘은 맛도 맛이지만 질을 먼저 생각한다.

자취생활 한 지도 오래됐건만 요리에 서툴다. 해서 매식이 많은 편이고, 되도록 집밥에 가까운 것을 먹는다. 어쩌다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전부터 입맛 당기는 거 위주로, 할 수 있는 국 요리, 찌개류를 번갈아 가며 한 두 가지 해서 먹는 게 패턴화 되었다. 아직 요리는 미지의 세계라 철에 따라 당기는 음식이 있고, 쉽게 할 수 있는 오이무침, 호박 졸임, 콩나물무침, 두부부침을 주로 해 먹는다. 요샌 떡볶이에 꽂혀 바쁜 하루에 때를 놓치기라도 했다면 야밤에 떡볶이를 해먹기도 한다.


뛰어나게 건강체질도 아니건만, 운동 같은 거라고는 하나도 안 하고, 오로지 먹는 것만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잘 챙겨 주셨기에 되도록 끼니를 거르지 않으려 하고, 잘 챙겨 먹어온 것 같다. 그래도 별 탈 없이 잘 살아온 것에 대해서는 감사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병치레가 잦았다. 운동도 중요하지만 섭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름에 충수돌기염(맹장염)을 앓았고, 얼마 전에 대상포진까지 왔다. 다행히 대상포진은 가볍게 지나갔지만 체력이 많이 달린다. 스스로를 불살라가며 힘들게 육체노동을 한 적은 없으나, 돌이켜보니 밤을 새운 적도 많았고, 주량이 센 편은 아닌데 주량을 넘겨가며 마시기도 했고, 입에 당기면 위가 적은 데도 불구하고, 과식하고, 피곤함을 무릅쓰고, 깡으로 버텨온 것만 같은 생각도 든다. 요샌 일하는 틈틈이 쉬고, 한숨 자고 일하고 그런다.


엊그제 오랜만에 촬영에 따라 나갔다. 내년 총선에 나갈 정치인 북콘서트를 맡아 동영상도 만들고, 당일날 행사 원고를 써야 한다. 나보다 10년 젊은 PD들과 일하는데 확실히 젊은 친구들 기동력도 좋고, 밤중에 연락도 해오고, 뭘 고쳐 달라 그런다.


며칠 전 이 스텝들과 처음 촬영을 나갔고, 예비후보자도 함께 식사를 했다. 그 후보자가 사준 점심은 추어탕이었다. 남양주 어디매였는데 음식이 구수하고, 깔끔했다. 그리고, 추어와 민물새우튀김까지... 속이 든든했다.

'식구'라고 하지 않는가? 뭔가 밥을 같이 먹고 나니, 조금 가까워진 느낌도 난다. 12월 중순 북콘서트가 끝나면 헤어질 사이이지만, 한 끼 밥이 주는 의미는 크다.


오늘은 일찍 깨어 요즘 청년들 중에도 밥을 굶는 사람이 많고, 밥값을 아끼기 위해 어떤 교회에서 청년에게만 제공하는 아침밥을 먹기 위해 새벽에 그 교회를 찾아다닌다는 기사를 봤다. 짠했다. 밥을 굶어본 세대는 아니지만, 밥이 곧 힘이고, 밥이 생명인데 밥값을 아껴가며 살아가는 인생이 얼마나 애달픈가. 그것도 한창 먹어야 될 나이에...


소박하지만, 몸에 좋은 밥을 먹고 싶고, 그러려고 노력할 것이다. 오늘은 아점을 먹고, 조금 전에 귀찮아서 라면을 끓여먹었다. 그랬더니 바로 신호가 온다. 되도록 인스턴트 음식을 안 먹어야겠다. 그냥 지금부터라도 내 몸을 좀 아끼고 싶다. 모든 게 넘쳐나지만, 제대로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건 별로 없는 세상 같다. 나부터도 질 좋은 음식 먹으며 알짜배기가 되고 싶다. 쭉정이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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