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좋은 딸이 되고 싶지만

by 꿈꾸는 리얼리스트

엄마와 며칠 째 보내고 있다. 처음 며칠은 아주 잘 지낸다. 하지만, 3,4일만 지나도, 서로의 패턴이 있어서 맞추기가 쉽지는 않다. 내일 다시 서울로 가야 하는데 가기 전에 오늘 저녁 지인 교수님과 밥 한 끼 먹기로 했는데 엄마 눈치 보여 저녁 약속도 취소했다. 엄마가 감기가 심하게 걸려 오늘 온 신자가 다 함께 한다는 새벽기도도 못 가시고, 김장해서 우리에게 부치려는데, 나한테 도와달라고 며칠 째 부탁했기 때문이다.


나는 살림에 완전 젬병이다. 엄마는 혀를 끌끌 차면서도

"너는 글이나 써라, 글 쓰는 거 밖에는 하나 잘하는 게 없으니."

하면서 자문자답을 하신다. 그 '글' 마저도, "(유명 작가가) 됐으면 벌써 됐을 건데." 하면서 기를 죽여놓으신다. 엄마 친구 딸도 있다. 배 모 작가고, 지금도 주말드라마를 쓰고 있다.

"배 작가가 지 엄마 집도 사줬다더라, 걔도 미혼이라더라."

언젠가부터 배 작가 말을 자주 하지는 않지만, 한동안 배 작가가 엄마 집을 사줬다는 얘기를 오래 했다.


엄마랑 나랑은 쇼핑할 때 아주 쿵작이 잘 맞는다. 엄마가 멋쟁이 시라 물건을 고르는 안목이 있고, 가끔, "엄마, 골라봐." 하면 너무 씩씩하게, 멋스럽게 쇼핑을 하신다. 나도 그런 엄마가 멋지다. 서로 선물해주고, 고른 물건에 만족하는 그런 재미도 있다.


엄마, 아빠가 일찍이 별거를 하셨던 집의 맏이로서, 사춘기 때부터 엄마를 기쁘게 해 드릴 수 있게 '성공'이라는 것을 하고 싶었다. 그때도 꿈이 '작가'였기에, 유명한 작가가 되는 게 나의 꿈이었다. 그냥 '작가'는 됐으나 '유명한 작가'는 못되었기에, 더군다나 '돈' 걱정 안 하고 사는 작가는 아니기에, 내 꿈을 제대로 이루지는 못했다. 아니, 반 이상은 이루었으나, 스스로도, 엄마의 성에도 한참 못 미친다.


새벽에 엄마 교회 장로님으로부터 핸드폰이 걸려왔다. 엄마더러 새벽기도 오라고. 엄마는 옆에 누워있는 내게 핸드폰을 보여주신다. "이 뭐꼬?" 당황해서였을 거다. "안 가련다. 기침이 너무 심하네. 너희 김치 싸서 보내줘야 하고..."


올해는 김장이 너무 늦었다. 또 해남에 주문했던 김치가 너무 늦게 오고, 어쩌고 저쩌고 해서 김치를 담가놓고, 일주일째 못 부쳤다. 내일 내가 서울로 가는데 오늘 준비해서, 내일 부치신다고 한다. 나는 김치와 함께 서울로 간다.

늘 잘해주시다가, 자신의 맘대로 뭔가 안 풀려가면 짜증을 내는 엄마, 오늘 밤, 나가서 밥 먹고 온다면 좋아하지 않으실 것 같아 약속을 취소했다. 교수님도 뵙고, 얘기도 나누고 하고 싶지만... 엄마는 그런 존재다. 한 없이 좋았다가 좀 떨어져 보고도 싶은... 엄마가 아프고, 자기가 할 일을 다 못해서 찜찜해하시는데 내가 하고 싶은 거 다하는 건 왠지 미안해지는... 엄마가 더 노쇠해지기 전에 출세해야 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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