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 추억해

발견하고, 깨닫게 되는 일상

by 꿈꾸는 리얼리스트

생각난다. 너의 스무 살의 표정을, 나의 스무 살의 표정도..

나는 벌써 중년하고도 쉰 해를 살아왔고

스물의 싱그러움을 배로 지나 얼굴에까지 굳은살 박인 아주머니로 살아가고 있지만...

누가 '아주머니'라고 부르면 마뜩잖게 지나치지만...

나에게 쉰 해까지 살아오는 잊지 않고 있는 잊히지 않는 많은 일들을 기억한다.

처음, 진로 문제를 걱정하며 잠 못 들었던 밤과 여명을 기억하고, 짝사랑했던 대학 선배 s의 웃음과 부산으로 가는 고속버스 속에서 '시티 오브 조이'를 보고 펑펑 울었던 기억


생각나는 것은 추억뿐이 아니다. 바위 사이를 건너며 뛰어다녔던 작가 초년병 시절, 북한산성의 계곡 물소리와

용인 버스터미널에서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서의 버스 안 흔들렸던

나와 함께 했던 물방울무늬 블라우스와, 랜드로바 신발과 20대의 결의 같은 것도 생각나고...

30대 때 생방송하던 스튜디오의 뿌연 조명 같은 것도 기억나고, 비 오는 날 방송국 부조에서 1부와 2 부 사이에 듣던 이승훈의 '비 오는 거리', 생방송이 잘 마쳐졌을 때의 짜릿함과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의 설렘, 그리고, 시간이 멈춰졌으면 좋겠다 싶었던 순간까지...


많이 달려왔다. 결국 돌아오는 건, 과거의 나도 아니고, 미래의 나도 아니고, 현재의 '나'일 뿐.

너는 마냥 밝지 만은 않았던 나의 어두운 구석까지 기억하고, 나는 잔잔한 웃음을 머금었던 너를 기억하는데

나는 그 밝음이 엷어졌고, 너는 그 웃음이 너털웃음 되었더라.


기억은 한 줄로 죽 늘어서는 게 아니라 불쑥불쑥 튀어나와 나를 울리고 웃게 한다.

하지만 생각을 멈추면 다시 내 안 어디 간직된 그 속으로 도로 들어가 버린다.

아무 때나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살살 끄집어내면 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나의 기억을 추억한다.

그래서 때때로 슬프고, 때때로 행복하다.

나는 오늘 또 기억의 서랍장에서 무엇하나 떠올려 추억할 것이고,

반복되는 듯하는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할 것이고, 뭔가를 생각하고 깨달을 것이다.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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