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처럼 벚꽃처럼

내 첫 책 제목 후보

by 꿈꾸는 리얼리스트

팝콘을 만들어 먹어본 적이 있다. 간편하게 만들게끔 돼있는 거라 아주 편리하면서 맛도 좋아서 몇 번을 연속으로 해 먹었던 거 같다. 영화감상이야 혼자 하는 적이 많아서 물한병이면 족하지만, 팝콘은 데이트족의 전용물 같기도 하지만, 팝콘을 좋아한다. 일부러 사 먹지는 않지만, 동생이 해먹어 보라고 몇 번 주었고, 맥주집 가면 서비스로 나온다. 나는 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팝콘 한 접시를 몇 번 갈아치우기도 했다. 팝콘은 내가 좋아하는 맥주와도 잘 어울리고, 한 번 손대기 시작하면 계속 손이 가는 중독성. 고소하고 짭조름하다. 얘기 잘 들어줄 것 같은 친구 같고, 귀엽다. 유쾌하다, 팡팡 터지면서 옥수수 알갱이가 튀겨져서 팝콘이 된다.


벚꽃은 안 보면 섭섭하다. 그 길지 않은 기간 동안의 아련한 그리움. 벚꽃 날리는 날, 꽃비를 맞으며 서 있노라면 구슬픈 아리랑도 행진곡처럼 느껴진다. 나는 나의 길을 갈 거야, 나를 버리고 가신 님아 발병 나도 할 수 없다, 하면서...

코로나로 마음이 우울하기만 했던 지난봄에도 혼자 우리 동네에서 가까운 해맞이공원 입구에서 벚꽃 구경을 했다. 잠시 잠깐이었지만, 그날을 놓치면 올봄 벚꽃 구경은 물 건너간다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언젠가는 벚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쌍계사 입구에 가보고 싶다.


나는 올해로 방송작가로서 서른 해를 맞았다. 서른 해를 그냥 흘러오지는 않았을 거다, 그렇게 맞고 싶다. 물론 중간중간 다른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가면서 방송일은 끊임없이 했다. 때로는 팝콘처럼 팡팡 터지고 싶고, 터져서 고소한 안주가 되고 싶고, 때로는 연인의 데이트 때 즐겨 찾는 간식이 되어 달콤한 시간을 함께 하는 데 일조해왔고, 그러기를 바라면서 방송일에 임했다.


벚꽃처럼 피고 싶다는 말은 눈부심 때문이다. 지고 말면 그뿐이지만, 그 경이로운 화사함은 밤에 잠자리에 들어서까지 벚꽃 날리는 꿈을 꿀 것 같은 여운으로 남기에 벚꽃 나무 아래 넋을 잃고 서보고, 벚꽃비를 맞으며 황홀한 꿈을 꾸는 것이다. 그렇게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튀면서, 때로는 트렌드를 주도하고, 취재하고, 전달하면서 발로 뛰는 작가로 살았다. 벚꽃처럼... 아쉬움이 많다. 순간순간 성취감을 느끼고, 문제가 있다면 제기하고, 해결사처럼 뛰어들며 생동감에 몸을 맡겨왔지만, 순간순간 전파를 타고 흘러가면 그뿐... 영원히 남지 않는 아련함, 흘러가고, 흘러오는 순리대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하지만, 그 터지는 순간, 그 떨림과 흥분을 사랑한다. 서른 해를 그저 살아오지는 않았을 거다. 내 심장이 멈추고, 내 삶이 끝날 때까지 방송작가로 살아온 서른 해, 앞으로 몇 년 을 더 보태갈 그 세월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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