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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Jan 30. 2020

마냥, 두려움

나는 겁이 많다. 정확히는 많아졌다고 해야 하나. 해야 하는 일을 앞두고 이렇게 무서워하기는 처음이다. 그래, 일단은 하면 되지, 결과가 무엇이든 과정에 집중하면 되는 거야, 라는 생각이 쉽게 들지 않는다. 앞으로의 전 인생을 책임질 일이니 고민의 크기도 그에 비례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설레기보다는, 아니 일말의 설렘도 없이, 나는 두렵다.


종전의 인생은 너무나 간단했다. 난도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노력을 했던 탓인가 수능과 대입은 간단하기만 했다. 공부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시절, 공부밖에 몰랐기에 삶의 풍파도 재미도 전부 공부에서 찾았다. 피드백은 확실했다. 열심히 하면 성적이 오르고 칭찬도 받고 평판도 좋아지고. 공부가 모든 문제의 열쇠인 것처럼 느껴졌다. 앞으로도 그러겠지만.


그러나 취업이라는 거대한 관문 앞에서는, 공부라는 스킬이 꽤 잘 먹히는 보스라는 걸 알면서도, 마냥 두근거린다. 많이 무뎌진 칼인데 근래 거의 갈지 않았고, 오히려 더 녹슬게 소금물을 붓고 다녔다. 이별 등등을 거치면서 공부가 만능이 아니라는 걸, 오히려 내 마음을 비좁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다시 나는 불안하다. 왜 너는 공부를 하지 않아, 지금까지 준비해둔 게 뭐가 있어, 널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다면 나에게는 정말 공부뿐인데. 내가 그 바늘구멍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일까. 인간관계에서도 쉽게 실패하는 나에게 취준이라는 차디찬 시련을 견딜 심지가 있을까. 불 붙일 용기도 능력도 없어보이는데.

 
그녀에게 묻고 싶다. 그대는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가고 있는지. 힘든 날 어디에서 위로를 받고 버티고 있는지. 역시 대단하다고, 꼭 좋은 성과 있기를 바란다고, 쓸데없이 이야기해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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