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여주던 별빛에 눈이 멀어 어느 때보다도 더욱 어두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세상에 놓이고 말았다. 나는 자주 부딪친다. 잡히는 현실이 없어 과거와 몽상을 오가다 몇백 번 몇천 번 당신과 마주치고 만다. 상상력을 잃은 나는 당신에게 어떤 이야기도 건네지 못 한다. 오직 할 수 있는 일은, 온갖 추억에서 주어를 찾아 모조리 반토막내고, 그럼에도 영구히 비울 수 없는 감정의 쓰레기통을 찾아 스스로를 파묻고, 다시 한 번 과거로, 아니 두 번, 세 번, 차라리 영원히 대과거로 돌아가 당신을 알기 전의 시간부터 반복한다면 시작도 끝도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울음 섞인 질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그런 소설 같은 일은 왜 일어나지 않느냐고 세상을 원망하는 것뿐이었다. 당신과 떨어져 있는 거리만큼, 세상은 왜 이렇게 잔인하고, 또 잿빛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