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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Apr 11. 2020

당신을 알아버린 후의 세상

당신이 보여주던 별빛에 눈이 멀어 어느 때보다도 더욱 어두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세상에 놓이고 말았다. 나는 자주 부딪친다. 잡히는 현실이 없어 과거와 몽상을 오가다 몇백 번 몇천 번 당신과 마주치고 만다. 상상력을 잃은 나는 당신에게 어떤 이야기도 건네지 못 한다. 오직 할 수 있는 일은, 온갖 추억에서 주어를 찾아 모조리 반토막내고, 그럼에도 영구히 비울 수 없는 감정의 쓰레기통을 찾아 스스로를 파묻고, 다시 한 번 과거로, 아니 두 번, 세 번, 차라리 영원히 대과거로 돌아가 당신을 알기 전의 시간부터 반복한다면 시작도 끝도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울음 섞인 질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그런 소설 같은 일은 왜 일어나지 않느냐고 세상을 원망하는 것뿐이었다. 당신과 떨어져 있는 거리만큼, 세상은 왜 이렇게 잔인하고, 또 잿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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