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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성 평행우주론

Theory on Imaginary Multiverse

by ggom

평행우주가 존재한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1. 평행우주의 개수는 유한한가?

2. 평행우주는 모든 시공간에 대해 존재하는가?

3. 평행우주에서의 삶은 이곳 세계에서와 달리 어떠한가?


상상성 평행우주론의 입장에서 위의 질문에 답해보자.


논의에 앞서, 상상성 평행우주론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자 한다. 상상성 평행우주론(이하 상상론)이란 개인의 상상력에 의해 평행우주가 발견된다는 이론이다. 어떠한 사건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크게 보면 양자적 평행우주론(이하 양자론)에 속한다. 그러나 현재가 현실이 되며 다른 모든 가능성의 세계가 사라진다고 보는 양자론과 달리, 상상론은 그러한 세계마저도 상상력으로써 관찰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상상론의 연장선상에서 양자적 가능성이란 상상력의 총체와 같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논점에 약간 차이가 있어 생략한다.


이 견해에 따르면 1.에 대한 답은 명확히 "아니오"이다. 평행우주는 인간의 상상력만큼 존재할 수 있고,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것은 하나의 평행우주로서 존재한다는 뜻이므로, 그 개수는 무한하다. 예를 들어, 만약 당신이 지금보다 훨씬 잘 살았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어떠한 평행우주에서의 당신은 반드시 지금보다 잘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태를 상상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런 평행우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상태의 평행우주가 존재하는데, 단지 당신의 상상력으로 그 일부인 "당신이 지금보다 훨씬 잘 살"고 있는 우주를 발견하였을 뿐이다.


여기서 양자론과의 차이점이 다시 한 번 두드러진다. 양자론의 관점에서는 당신이 지금의 상태로 살게 된 결과로 다른 모든 가능성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은 지금보다 더 잘 살 수도 있었고 반대로 못 살았을 수도 있지만 당신의 상태는 현재의 상태로 확정되어버렸다. 양자론에서 이야기하는 평행우주는, 과감하게 해석하자면 과거의 상태가 아닌 미래의 상태에 관한 것으로, 앞으로 당신이 살아갈 인생에 대한 수많은 가능성을 이야기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이 또한 특정 상태가 확정되면 다른 상태는 모두 붕괴된다.


반면, 상상론은 시간의 구분 없이 모든 시공간에 대해 어떠한 평행우주든 존재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2.에 대한 답은 "예"이다. 당신이 과거의 일에 대해 몹시 후회하고 있어서, 만약 그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인생이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 그러한 평행우주는 존재하며 관찰할 수 있다.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만약과 가상의 시나리오는 수많은 평행우주를 관찰하는 행위 그 자체이다. 이처럼 상상론에서는 어느 시간대의 평행우주든 모두 관찰할 수 있다. 다만 그 수가 무한하여 모두 관찰할 수는 없을 뿐이다.


3.에 대해서도 이미 간접적으로 답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답은 "어떠한 상태든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생은 매순간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분기되기 때문에 당신이 상상하는 어떠한 상태든 실현가능성 면에 있어서는 지금의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구체적일수록 가능성은 희박하다. 흥미로운 것은, 인간의 상상력에 한계가 있는 한 완벽하게 같은 상태란 존재할 수 없는데, 특정 사건의 결과만 놓고 보았을 때 같은 결과에 도달하는 서로 다른 평행우주가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이다. 즉, 어느 시점에서의 선택이 서로 미묘하게 다르거나 완전히 다를 경우라도 같은 결과로 수렴하는 경우가 있으며, 반대로 같은 선택에 같은 과정을 밟더라도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경우도 대단히 많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와 같은 상태를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차례 강조하였지만, 상상론에서 상상은 곧 가능한 결과임을 뜻한다.


이에 대해 한 학자는, 평행우주란 도넛 같은 것이라 평하였다. 지금을 비롯한 모든 순간에서의 선택에 순위를 매길 수 있다고 가정하면, 지금보다 나은 선택은 수없이 많고, 반대로 지금보다 나쁜 선택도 수없이 많아서 인생이란 마치 도넛 위의 한 점에 있는 것과 같다. 더 나은 선택이라는 상상을 쫓아가다 보면 지금의 선택을 발견하게 되고, 반대로 더 나쁜 선택을 상상하다 보면 또다시 지금을 발견하게 된다. 다만 상술하였듯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우리는 반드시 유한한 개수의 세계만을 상상하게 되고, 그 중에서 지금이 몇 등인지는 판단하기 나름일 것이다.


상상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제시된다.


하나, 평행우주의 존재 유무를 개인의 상상력에 근거하기 때문에 보편적인 평행우주의 존재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상상하는 이미지가 동일한 사람은 없기 때문에 한 사람이 발견하는 평행우주를 다른 사람이 발견할 수는 없다. 말하자면 지극히 개인적인 평행우주론이라는 것이다.


둘, 상상력에 의해 원래 존재하였던 평행우주가 발견되는 것인지 혹은 존재하지 않았는데 창조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전자의 경우 양자론에서의 관찰 내지는 실현 행위를 상상력까지 확장하여 상상에 의해서 어떠한 상태가 확정이 되고 다른 상태가 모두 붕괴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전적인 상상론에서는 특정 상태를 상상한 뒤 붕괴되었으리라 생각되는 다른 상태를 또 상상하면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셋, 상상론이 적합하지 않은 우주를 상상한다면 그쪽에서는 우리를 평행우주로 인식하지 못 하기 때문에 대칭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있다. 넓게 보아 이는 평행우주 사이에 어떠한 속성을 공유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모든 평행우주론의 난제라 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평행우주론의 대가인 어떤 학자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는 말로 황급히 마무리 지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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