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해가 짧아질 무렵, 따스함이 비추지 않는 시간만큼 어둠과 차가움 같은 무채가 세상을 감싸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끓는 물에 삶아지는 개구리마냥, 작은 변화도 알아차리지 못 한 채 여전히 맨살을 드러내고 오고가기를 반복하다가, 비로소 오늘에 이르러서야 모든 게 차가워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비단 체온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스마트폰의 날씨 위젯는 어느덧, 십의 자리도 없이 홀로 정보를 알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앞에 1이나 2가 붙어 있던 시절도 있었다. 따뜻함과 뜨거움 사이,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태양의 강렬함에 기꺼이 타오를 마음을 갖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곁의 누군가는 서서히 부피를 죽이고 떠날 채비를 하며, 오늘처럼 외로이 견뎌내야 하는 날을 맞이케 하고, 숫자도 아닌 -따위가 옆에 터잡을 시간이 머지 않았음을 알린다. 부정적인 시간. 모든 봄과 여름은 곧 가을과 겨울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너무 가혹한 건 아닐까, 문득,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