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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Dec 02. 2020

2020년 12월

    말수가 적은 한 해였다. 집에 있는 날보다는 밖에 있는 날이 많았다. 그러나 말은 집에서 더 많이 했다. 난생 처음 보는 과목들을 접하며 뚜렷한 목적 없이 지냈던 지난날을 한탄했다. 보람보다는 막막함이 더 가까이 있었다. 하루 몫도 소화하지 못 하는 능력과 의지를 반추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감정이 2019년 8월에 멈춰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많이 놀랐다. 그 뒤로 나는 전역을 했으며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저런 핑계로 공부를 미루듯 온갖 감정 또한 미룬 덕분에 되레 전역하고 나서야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후회하지 않게끔 행동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후회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 또한 지키지 못 할 것이므로 재차 후회할 것이다. 흔한 난관 하나 넘지 못 하는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가장 당황스러웠다. 다만 넘는다면 그것 또한 도덕의 문제라고 생각했으니 자충수인 셈이다. 말마따나 본인이 괜찮은 사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자존감이 과대평가와 과소평가의 사이의 어딘가라면 차라리 작은 쪽이 편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기대가 실망을 낳는다는 말은 꽤 많은 곳에서 활용할 수 있었다. 체감하는 성능은 더디었으며 감정회로는 유독 바삐 움직여야 할 순간마다 오류창을 띄워주었다. 자주 발생하는 오류는 지난 몇 년의 경험을 독특한 방식으로 재구성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무언가를 이루어낼 자격에 대해 꾸준히 의심하게 한다. 괜찮은 사람인가. 이기적으로 구는 것은 아닌가.


    그런 11개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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