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gom Mar 22. 2021

daily routine

    고요한 아침입니다.

    

    꼭 뒹굴거릴 때에는 여분의 베개를 옆에 두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베개는 체온이 없지만 온기가 한참 옮으면 열이 난다나 뭐라나요. 그 다음에는 상으로써 인격을 씌우면 그만입니다. 단순히 비어 있는 공간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듯합니다. 인기척 하나 없는 것은 공부나 일상에나 방해가 된다며 말이죠. 다만 주위를 덥히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라, 이렇다 할 성과도 없이 잠드는 것이 태반이라고요. 뿌리내릴 곳을 찾지 못 할 잡담을 내어놓느니 차라리 속에 고이 간직하기로 합니다. 덕분에 꿈에서는 유독 말이 많은 편입니다.

    

    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사즉생의 결단을 내리기에는 의기소침한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본인과 시험을 대결시킵니다. 세상은 빠르고 하물며 시험도 나날이 발전해가는데 그에 쫓기거나 그를 좇지 못 하는 펜대질은 여전히 한스럽습니다. 붉은 여왕, 당신은 또 옳았습니다. 붉은 빛은 본인의 채점을 다 마치고서는 나의 뇌에 들어와 시야를 한창 흐려놓습니다. 이건 또 어디서 난 생채기길래, 참. 다음부터는 아예 빨간 펜으로 적는 게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밤이 옵니다.


    일부 가로등마저 한밤중에는 잠에 들곤 하여 적잖이 당황하였던 거리가 어느덧 습관이 되었습니다. 비좁은 탓에 모두들 꺼리는 경로이지만, 어디든 무사히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위안거리가 됩니다. 뒷사람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하나, 나보다 빠른 를 위해 길을 내주기도 하고, 기다림을 예의와 미덕으로 삼을 수 있는 소중함을 지닌 공간입니다. 언젠가 발걸음을 끊어야만 하겠지만, 함부로 양팔을 벌리고 시원하게 달릴 순간의 비범함을 새겨두려 합니다.


    오늘도 하루를 마쳤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러시안룰렛의 문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