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이 없어졌습니다. 그것은 온전히 죄책감 때문이었어요.
수건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불요불급한 물건입니다. 손이나 몸을 닦기 위해서 쓰는 것인데, 가만히 놔두면 증발할 텐데도 그 시간이 아까워서 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수건을 이용해 머리를 탈탈 말릴 때 너무 격하게 움직이면 탈모에 가까워지기도 한다니 시간과 머리카락을 맞바꾸는 희대의 경제관념이 담겨있다고 하겠어요. 고로 수건을 쓸 때마다 자연적 낭비, 신체적 낭비 등등에 도저히 그를 곱게는 못 보아주겠다는 생각이 전해지곤 했던 겁니다. 수건은 나의 수분뿐만 아니라 더러운 감정적 격분을 받아내야 했습니다. 더이상 견딜 수만은 없었겠지요.
그리하여 수건이 해방되고, 나는 죄책감을 쌓는 대신 시간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손에 온갖 토크를 주어 증발을 가속시키고, 온몸이 흠뻑 젖을 적에는 자연인으로 집안을 활보했어요. 세상은 당황한 듯하였으나 곧 취미 내지는 건강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여주었습니다. 문화상대주의에 감사하며, 격정과 비난을 소화하느라 힘겨웠을 수건을 애도하는 한편, 일말의 죄책감이 그와 함께 부재되었음에 안도하는 것으로 나의 기분은 한껏 고양되었습니다. 나는 꿈도 안 꾸고 잘 잤습니다.
그러나 이튿날 누가 일러주더군요. 그 수건 역시 죽어버렸어—
나는 그에게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죽으려고 도망친 것이었을까요?
묵묵무답이었습니다. 수건이 죽었고 자시고에 관심을 두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얻기 쉬워도 정이 가는 물건이 있고 얻기 어려워도 정이 안 가는 물건 역시 있습니다. 그러나 수건은 얻기는 쉽우뫼 정도 가지 않는 무색무취한 것이었습니다. 투명한데 보일 리 없죠. 시신경 하나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그의 생사는 하찮았던 겁니다. 나는 당장 애도하기를 멈췄습니다. 대신, 그 전말에 관한 기록이라도 하나 남겨서, 익명의 수건이 실종되더라도 당신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를 바라며, 매 그래왔듯 수건을 비난하고 하대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