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든 실수든 시간이 지나야 잊히기 마련이고 썰물처럼 감정이 밀려나고 나서야 새로운 밀물을 받아들일 육지가 드러난다. 그 건조한 상태라야 음의 안개에 숨었던 결핍과 잘못이 관찰돼 행여 밑 빠진 독이 되지 않도록 흙을 토닥이고 메우는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충분한 시간을 갖기 전 혹은 노력이 충분치 않은 채 새로운 폭풍이 무서운 기세로 들이치고, 지레 겁을 먹은 누군가는 스스로를 숨길 개펄바닥을 후다닥 파낸다. 메말라 갈라진 부분을 목도하길 거부하면서 결국 짭조름한 액체를 다시금 맛보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