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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Mar 24. 2022

물을 봤던 게 언제더라

혹자 얘기하기를 물을 보면 빠져든다 그래서 운명을 휘몰아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물을 피하기 시작했던 게 몇 년이더라? 분명 잔잔한 물멍은 죽음과 가장 닮아 있다 누가 그랬어... 그럼 격렬한 파도를 보는 건 어때? 라고 물었더니 그건 또 물이 아니라는 거야. 무슨 소리야, 파도는 바다의 현상이고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큰 물인데, 라고 대꾸했더니 마음을 부수고 싶다면 그리 하랍디다. 하얀 거품은 넋나간 이의 발작이며, 모래사장에 남기는 물자욱은 블러디한 하나의 살인광경이고, 육신을 화형시킬 의지조차 없는 아에게 파도는 상상을 동원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사는 잔잔하고, 그에 이르는 길은 가장 고통스러우니, 그 장벽을 뛰어넘지 못 하고 애수와 인내를 쌓아가는 게 생이라고 지껄이더이다. 나는 한때, 그에게 공포심을 가져서, 진리로부터 맘껏 멀어질 수 있을 줄로만 알고 시선을 온갖 밝은 것들에만 두었었다. 그러나 시청할 힘을 잃고 내면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 할 중후함이 가득차 있음을 알았으며 감정의 물결에 뉴 내던졌다. 최후에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 머리? 심장? 풀 수 없는 비밀번호가 담긴 포털사이트 아이디들? 영원불변 무기물이 부러운 것은 나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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