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도 햇빛만 안 쐬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여름인지 봄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날씨였지만 일찍이 귀가하여, 창문 일체 열어두고 몽글몽글한 햇빛이 바깥 건물에 내려앉는 것을 보는데, 그 온화함에 얼마나 미소지었는지 모른다. 당장 직전까지만 해도 긴팔옷 입고 돌아다닌 본인을 책망했는데도 그렇다. 더위도 짜증도 남의 일이고, 광전효과가 내 것을 탐내지는 않으니 원 없이 또 고맙도다. 건물 사이를 휘젓는 바람은 도리어 차갑게 닭살 돋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