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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May 17. 2022

이중차분과 평행우주

오래된 도식에 따르면, 어떠한 정책이나 실험의 인과관계를 바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과거와 현재를 병렬적으로 비교해서는 안 되고 그것이 시행되지 않았을 때의 현재와 시행되고 나서의 현재를 비교하여야 한다. 즉, 정책이나 실험이 존재하지 않았을 평행우주를 하나 상상해서 그때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를 비교해야 그 진실된 효과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어려운 말로 이중차분이라고 한다. 이중차분은 계량적 분석의 금과옥조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문제는 그 평행우주를  턱이 없다는 것이다. 평행우주가 존재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지만, 설령 존재한다 하더라도 (아마도) 수많을 평행우주 중에서 무엇과 지금을 비교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다. 가능한 모든 현재 중에서 가장 희망찬 시나리오 비교해야 할까? 아니면 평균? 밑바닥? 모든 시나리오를 비교해서 지금의 등수를 매기는 건 어떤가? 당연하게도 우리는 1등이 아닐 것이다. 우리 위에는 임의의 상상 가능한 더 밝고 온화하고 꿈은 있고 상처는 없는 완벽한 각본이 상영되고 있다. 현실이란 종종 위로는 닫히고 아래로는 열린 반(半)구간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이중차분분석은 우리가 지금 얼마나 못났는지 깨닫는 결과로 필연된다. 물론 지금보다 못 한 결과도 충분히 많을 것인데, 아래를 보고 위안 받는 것도덕적이지 못 하기도 할뿐더러 위만 보고 시기 질투하는 게 인간이기도 하다. 이것이 본성이라면 문제는 인간이 아니라 비교하는 행위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돈 한 푼 아까워하는 세상은 돈을 투입하는 모든 분야를 평가 가능한 형태로 변형시켰다. 측정되지 않으면 관리될 수 없다는 말이 관리하기 위해서는 측정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로 변형된 것처럼 말이다. 만약 평행우주가 정말 관측 가능하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 아닌 지금이 우리를 비난하는 일을 곧이 견딜 수 있을까? 차라리, 짐짓 모른 체 하고 계량경제학이나 배우는 게 우리 마음을 지키는 길 아닐까?


그래서 계량 배우는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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