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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Jul 02. 2022

머리 위로 떨어진 랜선

저걸 붙잡아! 인터넷이 연결되어도 외로움뿐이지만 외로움조차 느낄 겨를 없는 오프라인은 더욱 비참해! 그 선이 결국 나를 조르더라도 익명의 세상과 나는 항상 연결돼 있어야 해. 숱한 익명과 과도한 실명 사이의 공허한 공간에 내가 놓이더라도 세상은 나에게 어떤 비극이든 물어다 주어야 해. 관음을 일절 허락하는 시대가 됐잖아.


온라인이 없으면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것이라는 말은 거짓말이야. 세상이 나를 요구하지 않는 듯 보여도 우리는 끝없이 세상을 갈구해. 남들의 온갖 필요와 수요로 구성된 신체는 더 이상 저 공유기나 데이터 없이 돌아가지 않아.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는 필요해주길 바라며 세상을 또 훑고 훑어보는 것... 관음은 누군가 나를 관음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일지도 모르겠어. 누군가에게 필요로 했던 기억이 이제는 많이 희미해져서.


역시나 세상은 한 사람이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었지. 내가 주인공이든 쟤가 주인공이든 내가 눈 감고 여는 이 공간만이 아니라 바깥의 모든 곳이 세상이라는 걸 깨닫는 건 오래 걸리는 일 아니지. 그것이 겸손으로 자리잡을지 분노로 자리잡을지는 또 다른 일이지만 등장인물이 되기에는 무대가 너~무 넓어서 중심에 서도 시선은 다른 데 가 있는 느낌? 나만이 나만을 위한 관객이라는 말만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말이 또 있을까? 자신감이야, 아니면 자존심이야? 둘 다 대단한 건 마찬가진가?


그래도 무게를 한 실으면 랜선 정도는 박살 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랜선보다는 내가 무겁다는 게 그래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라지. 케이블에 입맞추고 온갖 광통신이 몸과 마음을 헤집고 다니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요즘에는 랜선 꽂을 구멍도 없는 노트북이 많더라. 살아가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는 또 판단하기 나름이라는 뜻일까. 공중에서 아무리 나를 유혹해대어도 말이야...


위태로워 보이네. 괜찮니, 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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