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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Jul 19. 2022

~행 열차

대개 지하철에서의 경험은, "~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이루어지는데, 희한하게 모 역에서의 기억은,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라는 목적 없는 안내 선행돼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열차가 들어온다니까 탑승은 했는데, 열심히 가는 와중에 신도림행이라고 그제야 고백하니, 같은 호선에서 열차를 갈아타야 하는 얼척 없는 귀찮음 떠안고, 개한 나는 항의를 곧장 었습니다. 열차가 들어오는 것이야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명백하지 않느냐, 그렇다면 안내방송의 목적은 열차가 들어오는 것 이상의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신도림행"이라는 네 글자 발음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느냐, 행여 이것이 막차라면 그 박탈감은 더 하지 않겠느냐... 하지만 열차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을 뿐, 자기 집이 어딘지 밝히지 않는 것은 사람도 마찬가지이며, 귀가에는 마땅한 부연이 필요치 않고, 고향으로 머리를 뉘듯 때가 되면  집을 향하는 것입니다. 한껏 고생한 10량 열차를 위로치는 못 할 망정, 그의 길을 온통 원망하려 으니, 그 고독함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듯해, 나는 전의 대신 슬픔을 가득 채웠습니다. 신도림에서 우르르 내려 불 내리는 전동차를 보면서, 한 번도 듣기 어려웠을 "고맙다"는 말을 전한 뒤, 다음 열차를 기다리며 행선지를 챙기고, 나도 이제는 집에 가야겠다고 적적함을 다소 달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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