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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Jul 22. 2022

우와 이런 것도 있어?

안녕! 나는 다른 세상에서 온 나야. 다른 세상이라 함은 진짜 다른 세상이라는 건데, 평행세계라고 말하면 알아들으려나? 나는 무수한 평행세계 중의 하나인 또 다른 나야.


갑자기 왜 이 세상에 왔느냐면 그게 내 습관이거든. 나는 너희들이 전에 보던 나와 다르게 트랜지션(평행세계 동일인끼리 영혼을 바꾸는 걸 트랜지션이라 해) 경력자라서 이게 꽤 재밌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거든. 기본적인 스펙은 보장된 상태에서 주변 세계가 임의로 변동한다... 완전 쩔잖아! 최소한 4, 5가 보장된 주사위를 끊임없이 던지는 거라구!


그래도 이번 트랜지션 때는 좀 애먹기는 했어. 트랜지션 하기 전에 가고 싶은 평행세계의 나에게 먼저 연락을 하고 상호 합의 하에 정신을 바꾸는 거거든? 근데 얘가 첫 경험이라 그런지 완전 굳어가지고 이것저것 막 캐묻는 거야. 예컨대 돌아올 방법이 있느냐 그러길래  마음 먹기 나름이라고, 근데 상호 합의 하에 바꾸는 거니까 내가 여기에 더 머물고 싶으면 거절할 수도 있다고, 그러니까 역정을 내지 뭐야. 내 주변 사람들은 좀만 지루해지면 어떻게든 트랜지션 하려고 환장을 하는데, 얘는 무슨 겁이 이렇게 많아가지고 현실에 붙박여 지내려 하는 걸까? 그건 좀 이해가 안 되더라구.


근데 되려 나한테 질문을 또 하데. 그럼 반대로 지가 내 전 세상이 마음에 들어서 도저히 바꿀 생각이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그 쪽 사람들이 다시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을 때 어떻게 해결할 거냐고. 그래서 대답해줬지. 돌아볼 일 없을 거라고. 내 세상은 지금 두 눈에 담고 있는 세상이지 전의 세상은 머리에 잘 보관하면 될 뿐이라고. 어느 곳은 마냥 재밌고 어느 곳은 추악하기 짝이 없었지만 모두 새로운 곳을 탐험하고 싶다는 간단한 결말로 이어졌다고.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따질 게 아니라 새로움 익숙함을 따질 일이라고 조언해주었지. 그래도 긴장되는 듯 끝까지 표정을 풀지 못 했지만 말이야.


그래서 걔는 보내버렸고 내가 왔다, 이 말이야. 그 쪽 세상? 거기도 사실 비슷했던 거 같아.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는 듯해도 사람들 사는 게 비슷비슷하거든. 기술이야 좀 다르겠지만 무슨 재미를 높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하루 재밌고 하루 따분하고... 그런 것 아니겠어? 극적으로 다른 세상을 경험해본 적은 없어, 나도. 조금 다른 사람을 만나고 조금 다른 일에 종사해보는 것, 그뿐이야.


말이 길었네. 너네 세상도 꽤 대단한 것 같아! 기술도 넉넉하고 사람들도 재밌어보이고... 그중에 전이랑 미묘하게 다른 사람들이 있을 거야. 걔네도 분명 다른 세상에서 왔을 걸? 한 번 물어봐. 지금껏 어떻게 지냈고 지금은 또 어떻게 지내는지. 흥미로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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