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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Aug 10. 2022

비가 오는 강

사람이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아무런 가로등도 불을 켜지 않았다. 예상은 얼추 들어맞아 사람도 자전거도 자동차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공적인 공간이 이렇게 어둠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나는 다소간에 놀라면서도 그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강으로서 유유자적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이 아니고서야 또 있으랴 싶었기에. 아파야 쉬는 것은 사람의 일만이 아닌 듯했다.


강과 나는 직면했다. 강은 한껏 붓고 옆을 범람해 영역표시를 하고 있었다. 비로 이미 젖은 도시는 강물의 공격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체념하여 받아들인 땅은 이제 강의 일부가 되었다. 찰랑이는 경계에선 여전히 땅일지 강일지 고민하는 혹자의 모습도 발견되었다. 분명 본인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겠지 말이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듯 비는 그치고 강물은 줄고 땅은 메마를 것이다. 한때 강이었던 땅은 무슨 물에 잠겼던 옛일도 까먹고 땅으로서 사람을 맞는 제 역할을 다 하리라. 반면 강은 방해받는 일 없이 주변을 점령했던 날을 그리워할 것 같다. 잠깐의 우울한 하늘이 그의 범람을 허락해줬고 강은 다시 없을 기회에 물을 지었다. 그 기억이 강렬히 남아 무슨 물이든 넙죽 받아먹고 주변 것을 어떻게든 망치려 든다면, 나로서는 익숙해야 할 일인지, 적적해야 할 일인지. 그러나 물을 또 막을 수는 없으니까. 가까이 가는 것조차 겁났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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