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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Oct 06. 2022

인생코드

어느 날 당신이 인생코드를 뜯어봤는데


if True:

    pass

else:

    print("인생 망했다.")


라 적혀 있다면 어떡하겠는가? 당신은 지금껏 "인생 망했다."는 글귀를 본 적 없고 사실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pass에 아무런 원리원칙도 개입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당신은 크게 뒤통수를 맞았다. 절벽을 마주한 적 없었던 것은 단지 False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아무런 조건 없이 False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코드를 재차 실행해도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우리를 공포스럽게 하는 것은 그것의 수정 가능성이다. 혹시 True가 False로 바뀌면 어쩌지? 아니면 elif가 하나 끼어들어 print문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 일어나면 어쩌지? 것보다, 내가 False가 되면 어쩌지? 우리는 무한한 위험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 더 공포스러운 점은, 우리가 직접 망해보지 않고는 코드의 무결성을 확인길이 없다는 점이다. 인생은 어디서나 언제까지고 실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전략은 어떠해야 하는가? 아무 일 없던듯 살아가고 싶지만 알아버린 이상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우리는 극히 보수적으로 변한다. 코드를 만지작거리는 일을 두려워하게 되고 자신의 참거짓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한다. 나락에 떨어지지 않도록 행동거지를 조심하며, 그럴 기미가 보일 경우 프로그램을 꺼버리기도 한다. 결국 불안감이라는 단 몇 줄로 도전을 마다하거나 명줄을 끊어내는 게 인생이다. 그 취약함을 용해먹는 수많은 범죄와 체제가 있어오기도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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