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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May 14. 2023

AI에 대하여

1.

마이크로소프트의 ChatGPT에 대항하여 구글에서 바드라는 AI 챗봇을 공개했다. 사실 GPT만큼의 새로움을 주기는 어려워서 큰 화젯거리는 되지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언론에서 바드에게 독도가 누구 땅이냐고 물어보았다는 기사를 보았다. 우리말로 물었더니 한국 땅이라 답한 반면 일본어로 물었더니 영토 분쟁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댓글은 더욱 흥미롭다. 각 언어별로 학습된 데이터가 다르니 이와 같은 대답은 당연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고, 우리가 여러 차례 바드에게 대화를 걸어서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지식을 학습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2.

기사 자체는 대단히 프로파간다적이다. 윤리적 문제를 차치한다면 인공지능의 평가는 학습의 기법이나 양과 같은 과학적 타당성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 반면 독도의 영유권 문제는, 우리에게는 우리 땅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국가 사이의 영토 분쟁인 이상 과학이 아닌 정치와 외교의 영역이다. 이런 영역에서는 어떠한 답도 지구촌 만민이 하나되어 고개를 끄덕일 수 없기에 인공지능 역시 정답을 내놓지 못 한다. 우리도 합의하지 못 하는 것을 어떻게 인공지능이 산출한다는 말인가? 이런 무리한 기준으로써 바드를 평가하고자 했던 기사의 의도는 분명히 잘못됐다.


3.

한편 이러한 지점에서 인공지능의 취약점이 쉽게 노출되기도 한다. 정답이 없는, 내지는 정답을 합의해야 할 문제를 인공지능에게 맡기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거시적으로는 인공지능의 민주적 정당성이 문제된다. 인공지능은 선출되지 않았다. 제아무리 많은 지식을 빠른 시간에 처리할 수 있고 현존하는 어떤 인류보다 합리적이라 할지라도 인공지능은 시민적 존재가 아니다. 권리와 의무의 수범자가 되기에 인공지능은 지나치게 강력하거나 지나치게 취약하다. 또한 미시적으로는 인공지능의 무생물성이 문제된다. 생물체의 판단은 생존과 번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정치와 외교 역시 궁극적으로 생물체 집합으로서 국가 혹은 개별 생물체로서 국민의 생존과 번영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태어나기만 하고 죽지는 않는 존재다. 생존에 대한 절박, 자원에 대한 갈구가 없는 무생물에게 칼자루를 쥐어준다면 과연 누구를 위해 칼질할 것인가? 감정 없는 존재가 무기를 휘두르는 것을 우리는 반사회성 성격장애라고 부르지 않던가?


4.

인공지능의 인간 모사가 어디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겉으로는 꽤나 그럴싸하게 사람처럼 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내막에는 바삐 움직이는 심장이 아닌 무미건조한 코드가 있을 뿐이다. 냉철함이 요구되는 판단은 누구보다 차갑게 해낼 것이다. 그러나 핏대를 세우고 싸워서 얻어내야 할 수많은 인간사에서 그가 병사로서 해낼 수 있는 것은 없다. 그것이야말로 명 짧은 인간들이 간신히 이루어낸 역사적 영속성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럴 자격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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