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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May 17. 2023

오버페이스

오버페이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으면 오버페이스를 하는 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오직 그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알 수밖에 없어서 예방이 몹시 어렵다. 특히, 줄곧 습관적인 페이스로 달리는 양 싶어도, 컨디션과 같은 문제 때문에 그 날은 유독 오버페이스로 편입되는 경우가 있다. 그때는 평소 같은 악셀이라도 엔진이 버티지 못 한다. 재수없게도, 오늘이 딱 그 날이었다.


여럿과 같이 뛰게 되었는데 성미 급한 나로서는 버틸 수 없는 속도였고, 바퀴를 돌자 이내 이탈했다. 처음에 몇 명은 동행하는가 싶더니 점차 후미를 향해서, 졸지에 나는 홀로 뛰는 신세가 됐다. 아무런 제약 없음은 꽤나 신났다. 습관적으로 뛰어댕겼다는 본인의 언이 정직하게 증명되는 듯했다. 나는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고 뛰었다.


그러나 지루한 뜀박질이 계속되고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발은 고민을 재기 시작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 오만하게 보이지 않을까? 내가 같은 원이라는 걸 알기는 하나? 몸은 근육의 기억대로 큰 변화 없이 움직였는데도, 고민이 거듭되자 그것이 오버페이스가 되었다. 오로지 물리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페이스 따위가 심신을 호되게 혼냈다. 나는 평소 같지 못 한 기록으로 마쳤다.


많은 이들과 페이스를 맞추어야 했을지 또는 애초부터 혼자 뛰기로 마음을 먹었어야 하는지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다만 사소한 것이라도 사려 깊지 못 하 - 혹은 이러한 상황에 다소 예민하게 반응는 기질이 있는 성싶다. 무리와 성장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일을 익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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