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을 쉽게 감지하는 능력

by ggom

옛날엔 그 누구보다도 비옴에 예민했다. 한두 방울 떨어뜨리는 하늘의 전조를 재빨리 알아챘고, 동행하는 사람의 "나는 안 맞았는데?"하는 의심도 몇 분이면 손쉽게 무찔렀다. 사람은 몇몇 재능을 타고나는데 나에게는 이런 류의 극소한 이득을 볼 수 있는 재능이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감각에는 둔감해도 오로지 빗방울에만 소름이 돋는 것은 선천이든 선험이든 특별한 재능이 제공된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 신호기가 요즘 들어 건강하지 않다. 분명 두 눈으로 빗방울을 목격하기 전 손이나 얼굴로 먼저 알아차려야 하건만, 눈앞의 빗금질을 보고서야 인지하는 날들이 늘어났다. 불필요한 일에 소모하는 에너지를 덜어내는 노화의 과정일 수도 있겠으나, 시간의 기울기에 비해 손끝의 변화가 과하다. 빗방울이 우연히 툭 닿을 때의 차가움은 그대로였기에 나의 기질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우중충한 하늘을 끝까지 의심하는 날들이 늘어났다.


정답은 의외로 간단한 것일지 모른다. 바로 비를 잘 맞히는 시험 결과가 재능이 아니라 행운이라는 것. 비가 우연히 내 손과 얼굴에 자주 떨어졌을 뿐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드물게 주어졌을 뿐이라는 것. 그 차가움을 한 번 성취한 경험이 감각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기술을 조금 더 연마케 했다는 것. 그리고 마침내 그 운빨이 다 해 빗방울이 내게 다가오지 않게 되었다는 것. 평소보다 손팔을 쫙 펼쳐도 빗방울이 내게 닿지 않는 것은 하늘이 운을 회수하는 작업에 돌입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이 체질이라 오해했던 것이 사실 특이 기회였다는 사실이 약간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나에게 덜 주어진 기회는 누군가에게 더 주어질 기회일 테니까. 자연은 인세와 달리 편견 없이 기회들을 떨어뜨릴 테니까. 진정 이만한 정의가 없다면 또 없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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