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지난 일이다. 신사역에서 점심 약속이 있었는데, 별다른 의심 없이 2호선일 것이라 생각하고 갈 길을 고민하지 않았다. 그런데 집을 나서보니 아뿔싸, 2호선이 아니라 3호선인 것이 아닌가. 순간 나는 수도권 주요 역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는커녕, 어떻게 2호선이 아닐 수 있는지 철도공사를 비난하고 말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을지로3가역이었다. 긴 환승 통로를 걸으며 나는 2호선이 아닌 것들을 재차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말하자면 2호선 만능론이다. 2호선의 크고 아름다운 원을 충분히 체감한 이들은 세상의 지름과 2호선 한 순환을 동일시한다. 그러나 핏줄이 동맥과 정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듯 2호선이 닿지 않는 곳에도 세상은 있다(오히려 그러한 세상이 훨씬 크다). 내가 두 발 딛지 않은 세상이 항상 존재한다고 장담할 수 없으나, 존재하지 않는다고 장담하지도 못한다. 2호선 만능론은 존재와 당위를 혼동한 근시안적인 발상이었다.
경험하지 않은 것들을 비난하는 것은 너무나 손쉽다. 타본 적이 없는 열차라도 그 의의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