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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Jan 06. 2019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된 것은 단순히 할 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여긴 사이버지식정보방이니까... 군대에서 쓰는 글의 느낌은 어떻게 다를까 항상 궁금했었다. 책을 읽는 것은 사회에서보다 더함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것은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평일 30분, 주말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사람을 기다려 컴퓨터 앞에 앉으면 아무래도 SNS에 먼저 들어가게 된단 말이지... 세상은 어떻게 굴러가나,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등등이 훨씬 궁금해지지 않겠는가. 그렇게 소식을 확인하고 안부를 묻다 보면 백지에 키보드를 허락할 시간이 빠듯해진다. 군대에서의 시간은 길고 길고 너무나도 긴데 그 중 글을 허락할 시간은 요만큼도 없다. 병영문학상 수상자들이 새삼 대단해보이는 순간이다.


또한 여유가 없다 함은 시간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뜻에 더 가깝다. 예상은 했었지만 군대에서의 나날은 놀라운 속도로 나의 상상력을 지우기 시작했다. 일상적인 사물을 보고 이것 참 재미있는 소재가 될 수 있겠는걸? 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일상적인' '사물'이 너무나도 적다. 평범한 일상으로부터의 괴리는, 내가 알아차리고 있는 바로는 경도의 우울증을 잉태하고 있는 듯하다. 모든 일을 끝내고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호흡을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다.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지만 그에 비례하여 그리움을 해소할 수 없는 고통도 따라 커졌다. 따라서 나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회의한다. 이곳에서 버티기 위해서는 내가 이곳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절대 의심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깨지고 말았다. 나는 왜 이곳에 있는 걸까. 내가 바라던 것, 그리고 앞으로 바랄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바로 평범 그 자체인데.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그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없이 소중하게 여기고 싶었을 뿐인데.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라는 걸 억지로 깨닫게 해주려는 걸까. 글쎄, 그런 건 현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 아니었나...


이곳에서 깨달은 처절한 진실 중 하나는, 수많은 장병들이 지키고 있는 이 자유민주주의가 결국에는 이들의 자유를 바쳐 완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마우면서도 비참하다. 결국 자유의 총량은 항상 일정해야 한다는 것일까. 누군가 더 많은 자유를 누리기 위해 항상 희생당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일까.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사회는 지금껏 그렇게 성장해오지 않았나 싶다. 묵묵히 성장의 그림자 역을 자처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의 자유와 권리를 축소 또 축소하면서 누군가만 덩치를 키우고 그것이 경제성장이라는 명분으로 채택되고. 내가 아는 자유는 이런 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니, 이런 것이 아니어야만 하는데.


그렇네. 이제 보니 군대에 오고 나서 부쩍 '자유'에 대한 생각이 늘었다. 너무나도 갖고 싶다. 자유라는 것, 자유로운 것. 앞으로 1년 이상을 갖지 못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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