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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May 18. 2019

시발

입대하면서 굳게 결심했던 건 여러 가지 있었지만 1순위는 단연 나쁜 것 배워오지 않기. 개개인은 선량할지라도 스트레스 테스트를 견디다 보면 마음이 뒤틀어지는 건 한순간이었기에. 나를 옥죄는 건 업무량이나 퇴근시간이 아닌 찌그러지는 내 마음이었다. 육군을 후회해야 하는지 입대를 후회해야 하는지 아니면 국적 비극적 역사 이 모든 것을 업보로 받아들여야 할지 나는 한참 동안 고민했었다. 그러는 사이에 군생활은 50퍼센트 정도가 지났고.


그렇게 가장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사람을 지옥도에 보내도 300일이면 그럭저럭 적응하게 되나 보다. 간부와 선임과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도록 나는 선함과 흡수력을 연기했고, 그 흡수력이란 마치 장미가 담긴 물의 색깔에 따라 잎의 색을 바꾸는 것마냥 생각 없는 행위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러고 있었다는 건 그전까지는 정신도 안 차렸다는 소리겠지. 사회와 군대가 워낙 다르다고는 하지만 선악의 구분까지 다를 수는 없는 건데.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혐오스럽다,

는 것은 결국 내 자신이 가장 혐오스럽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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