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gom Jul 05. 2019

잃어버린 것

군대 와서 잃어버린 것 1순위는 단연 자존감이다. 군대는 나의 일반상식 전부를 파괴했다. 열심히 일한다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고, 오히려 문제시될 부분만 늘어나면서 성실함과 정직함에 대한 나의 생각을 모조리 뒤집어놓고 있다.


그러나 나는 고민을 쉽사리 털어놓지 못 한다. 나의 고민상담이 누군가에게는 정신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오지랖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이유는, 그거 하나 견뎌내지 못 하느냐는 비난의 눈초리와 너에게 별 관심 없다는 초점 없는 눈동자가 두렵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따뜻한 관심을 원하면서도 남의 관심에 냉소적으로 대하게 된다. 어차피 너는 나를 신경 쓰지 않을 거잖아. 문제가 생기면 지적하고 화내고 짜증을 낼 거잖아. 모든 인간관계가 일방통행인 것처럼 느껴진다. 나에게서 당신에게로, 그러나 그 역주행은 아닌.


알고 있다. 이 얼마나 한심한 생각인가. 세상 모든 사람이 비열한 것은 아니며 따뜻한 관심을 주고받으면 서로가 성장할 수 있음을 안다. 그러나 내가 오늘날 붙잡고 있는 이 얄팍한 자존심으로는 다른 이들의 호의를 가득 담아낼 수가 없다. 다른 사람들의 그릇을 늘려주는 법은 알겠는데, 내 그릇을 늘리는 법은 잘 모르겠다. 애초에 나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이라는 게 있었나 싶기도 하고. 또 이렇게 속 좁아 보이게 글이나 쓰고 있고. 그래, 나는 속이 좁다. 넉넉한 사랑을 받고 싶다. 힘들 때 투정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잘못을 가끔은 눈 감아주고 격려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매일같이 남들이 바뀌어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이 정도로 오랫동안 마음이 불편하다면 내 문제였을지도 모르는 건데.


힘들다. 이 한마디가 너무 하고 싶었다.

작가의 이전글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