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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Aug 16. 2019

너의 사진을 지웠다

우리 사이에 혹시 모를 가능성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연락할까 말까 주저하던 내 모습은 네가 가장 싫어하던 내 모습인 이기주의(정확히는 위선이라고 했지만) 그 자체였다. 나에게 이별을 고하기 위해 고민하고 미안해했을 너의 용기를 천천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너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네가 나에게 과분한 사람이었다는 사실도.


원래 사진은 먼 훗날 이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가 지나가고 나서 무덤덤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지울 생각이었다. 그러나 2주밖에 되지 않아 모든 추억을 지우기로 한 것은, 매일매일 사진을 찾아보며 헛된 기대를 품는 나 자신이 혐오스러웠기 때문이다. 스스로 이별을 하게 할 만큼 그녀에게 이미 많은 상처를 주었는데도 나는 새로운 부담을 그녀에게 지우려 하고 있었다. 매달리고 애원하면 다시 만나주지 않을까, 하는. 그녀의 말이 옳았다.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고,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나에게 그녀는, 그리고 사랑은 너무 과분한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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